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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삼성·SK·LG 때리자…정부 그제서야 "적극 대응"

중앙일보 2019.07.02 00:05 종합 2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본 정부가 1일 한국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했다. 한국 산업의 기반인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품목 중 일본이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갖고 있는 세 가지를 골라 수출 장벽을 높였다.  
 

신각수 “한·일관계 바닥서 지하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악화일로였던 한·일 갈등은 이젠 외교 분야를 넘어 경제로 번지며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했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바닥인 줄 알았던 한·일 관계가 지하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는 1일 즉각 항의 입장을 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오전 7시30분 이른바 ‘녹실(綠室) 회의’라 불리는 비공개 주요 경제현안 회의로 대응책 점검에 나섰고 오후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본에 공식 대응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이슈를 관리해 왔으나 이날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를 공식화하자 범정부적 대응 모드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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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그간 “차분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으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적극 대응 모드로 전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한·일 양국은 경제적으로도 긴밀히 엮인 만큼 전면전은 막아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는다면 일본에도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은 일본 정부의 수출품 제한 조치로 통상 분야로 불이 붙었지만 진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의 내부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일본측 외교 소식통은 통화에서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그간 (한·일 청구권 협정상의) 외교적 협의 및 중재위원회 구성 등을 한국 정부에 수차례 제의했으나 한국 정부는 무시로 일관했다”며 “일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은 좌시할 수 없다는 기조 하에 나온 조치”라고 밝혔다.  
 
아베 정부가 이달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점도 변수다. 신각수 전 대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이 한국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한·일 간 대치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당장은 우리 기업에 대한 보호 조치를 찾는 것부터 우선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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