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부 WTO 제소해도…“시간 오래 걸리고 승소 장담 못한다”

중앙일보 2019.07.02 00:05 종합 2면 지면보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밝히고 있다. 성 장관은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금지되고, 일본이 개최한 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합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밝히고 있다. 성 장관은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금지되고, 일본이 개최한 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합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제품에 대한 ‘사실상의 금수’ 조치를 취하면서 정부와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반도체 소재 제품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는 국제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소지는 있지만 국제 무역 사회에서 법적·절차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느냐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이 본 해법·전망
국내 기업들 부품 다 끊겨 큰 타격
일본 조치 위법 여부 해석 엇갈려
정부가 나서 외교로 문제 풀어야

그럼에도 일본의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김흥종 KIEP 선임연구위원은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게 비관세 장벽인데 (수입 제한이라는) 이번 조치는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으로, 결국 보호무역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며 나타나는 현상이 외교 문제와 경제 수단의 연계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적인 문제를 경제적인 것으로 ‘교차 보복’하는 것”이며 “외교안보 문제를 경제 제재로 연결시키는 것이 새로운 협상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설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빚어졌던 마찰이 대표적인 예다. ‘경제 제재’ 카드를 쓸 때 미국이 국내법이나 국제법상의 이유를 댔던 것과 달리 일본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양국의 신뢰’ 때문이라고 밝힌 점은 논란을 남긴다. ‘노골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의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외교적 이유로 수출을 통제하는 행위는 WTO 규범상 위반사항인 만큼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보복에 동원한 3가지 소재

일본이 보복에 동원한 3가지 소재

관련기사
반면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한국 정부를 백색 국가로 지정해 제공했던 혜택(수출 절차 간소화)을 앞으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만큼 한국을 차별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백색 국가에서 제외되면 수출 제한 품목을 수입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WTO에 제소하더라도 승소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범수 KL파트너스 변호사는 “그동안 (한국에) 혜택을 주다가 규제하겠다고 하는 것을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WTO 제소까지 가게 되면 소송 절차에 걸리는 시간과 2심까지 이어지는 과정까지 국내 기업의 손실이 막대할 수밖에 없어서다. 김흥종 연구위원은 “3개월 정도 지나면 국내 반도체 업체의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는 만큼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꼬인 양국 외교를 푸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이번 금수조치는 양국 간 외교적 마찰로 인해 산업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이 한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복하는 첫 단계”라며 “그동안 우리 정부가 너무 선을 넘었던 만큼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섭 성균관대 교수는 “정무적으로 해결해야지 WTO 제소를 하면 일본이 더 세게 나올 수 있고, 관련 규제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정용환·신혜연·윤상언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