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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서울 수돗물 검사 170가지, 인천은 왜 11가지냐”

중앙일보 2019.07.02 00:04 종합 18면 지면보기
천권필 환경팀 기자

천권필 환경팀 기자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한 달을 넘겼다. 환경부는 당초 “늦어도 6월 29일까지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속 시원하게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는 말을 못하고 있다. “수질은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면서도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애매한 입장이다.
 
지난 한 달간 벌어진 일들을 되짚어 보면 수돗물 관리와 사고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시계를 5월 30일로 되돌려보자. 당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담당자들은 물 흐름을 반대로 바꾸면서도 유량을 두 배나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수도관 벽에 붙어 있던 물때가 떨어져 나가 수돗물을 오염시켰다. 더 황당한 건 그다음부터였다. 녹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쏟아지자 인천시는 생수 공급과 필터 교체 등 민원에 대응하는 데만 바빴다. 정작 원인 파악에는 소홀하면서 사태 장기화를 불러왔다. 환경부의 조사 지원도 거절했다. 환경부의 한 간부는 “곧 끝난다는 말만 계속 하길래 ‘문제 생기면 당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따지자 그제야 조사에 참여시켜 주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정확한 사고 원인은 사태 발생 20일째인 지난달 18일에서야 공개됐다.
 
더욱이 인천시와 환경부는 수돗물 사태의 원인이 수도관 ‘물때’ 탓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물때의 주요 성분인 세균 검사는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어린이집 등 일부 수돗물 시료에서는 소독 성분인 잔류 염소 농도가 지나치게 낮게 나타났지만, 별다른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 정부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도 인천 시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에서는 수돗물 검사만 170가지를 하는데 왜 우리는 11개밖에 안 하느냐”며 정부의 대처에 대한 불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은 “사고 이후 인천시의 수습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은폐·축소·책임회피 등 위기 소통에도 실패했다. 환경부의 감독 조정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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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사고가 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0년 전인 1989년에도 수돗물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지난해 과불화합물 검출 등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지만, 정부·지자체의 대응은 제자리걸음이다.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탓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노후관을 교체하더라도 관리가 안 되면 문제는 또 발생할 수 있다.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 담당 직원의 전문성 향상도 중요하다. 인천 수돗물 사태가 증명하듯 사람이 달라지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천권필 환경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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