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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이틀 만에…미·중 또 ‘화웨이 동상이몽’

중앙일보 2019.07.02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한 ‘오사카 담판’의 동상이몽이 시작됐다. 휴전 협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과 중국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협상을 앞둔 기싸움일 수도 있지만 간신히 궤도에 올려놓은 양국 협상이 다시 탈선할 위험도 엿보인다. ‘살얼음판 같은 휴전’이란 분석대로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을 줄이지 못한 탓이다.
 

오사카 담판 이후 양국서 파열음
미 행정부 “화웨이 사면 아니다”
중국, 미 농산물 구매 발표 안해
반발 여론 심해 협상 엎어질 위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무역전쟁의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325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일단 철회하고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제안했다. 두 나라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로 했다.
 
원하는 것을 주고받은 ‘윈-윈’ 게임으로 보였지만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차가운 국내 여론과 반발이 만만치 않아서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를 이끌어내며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팜 벨트’에 선물을 안겼다. 트럼프가 중국에 넘겨준 것은 미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다. 때문에 미국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는) 재앙적 실수”라며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행정부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미국산 제품 구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라며 “(제재로부터의) 일반적인 사면은 아니다. 화웨이는 수출통제를 받는 거래제한 명단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은) 아직 어떤 약속도, 합의도, 일정도 없다. 협상이 상당 기간 계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담 직후 만족한 기색이 역력했던 중국의 분위기도 애매하다. 회담 내용에 대한 중국 측의 발표에는 미국 농산물 구매에 대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다. 중국은 회담에 앞서 미국산 대두 54t의 수입을 주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협상 중 빠른 시일 내에 엄청난 농산물을 사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건 무역 전쟁이 서로에게 손해일 뿐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 국가 주석은 미국이 국가 주도의 중국식 경제 모델을 부숴버리려 한다고 믿는 공산당 지도부와 국유기업 대표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예상된 대로 미국과 중국의 협상은 가시밭길이다. 해결하지 않은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서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문제는 일시적으로 중단됐을 뿐 풀린 것은 아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약간의 숨통을 터준 정도다. 지적재산권 보호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와 중국의 보조금 지급 등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런 현안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시작되면 협상은 다시 엎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일부 지도자는 자유시장을 원치 않고 더 적극적인 중국을 주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권 문제나 중국식 경제 모델에 대한 압박은 오히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뉴욕타임스(NYT)에서 “(미·중 휴전 합의에도) 어느 쪽도 양보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두 나라는 진정한 합의에 도달하기보다 계속해서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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