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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도 온몸으로 따라하는 한국팬, 정말 열정적”

중앙일보 2019.07.02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내한공연에서 ‘글레이’의 리더 타쿠로가 3억원짜리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피알비즈]

내한공연에서 ‘글레이’의 리더 타쿠로가 3억원짜리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피알비즈]

일본의 4인조 록밴드 ‘글레이’는 일본 록의 전설로 통한다.
 

록밴드 글레이 25년 만에 첫 내한
‘착한 음악’하는 정체성 지켜갈 것

4000만 장의 앨범판매량, 1999년 콘서트 20만 관객 동원 등 숱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해산·재결성의 부침을 겪은 ‘엑스 재팬’ 등과 달리, 25년간 한 번도 위기를 겪지 않고 정상급 록밴드 위치를 굳혀왔다.
 
지난 주말 서울 화곡동 KBS아레나에서 양일간 펼쳐진 이들의 첫 내한공연은 가뭄 끝 소나기처럼 중년에 접어든 국내 팬의 갈증을 말끔히 해소해줬다. ‘유혹’ ‘윈터, 어게인’ ‘소울 러브’ ‘하우에버’ 등 히트곡들을 선보이며 4000여명의 관객을 아련한 90년대 감성에 젖어들게 했다. 대부분의 곡을 작사·작곡하는 밴드 리더이자 소속사 사장을 겸하고 있는 타쿠로(48·기타리스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발라드곡도 온몸으로 따라 부르는 한국 관객의 열정에 놀랐다. 더 일찍 올 걸 그랬다”고 말했다.
 
글레이는 홋카이도 하코다테에서 자란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해 결성한 밴드다. 25년간 별다른 갈등 없이 밴드가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타쿠로는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에 감정의 앙금이 오래 가지 않는다. 음악을 안했더라도, 함께 영화를 만들거나 공사장에서 일하며 즐겁게 지냈을 거란 얘기를 멤버들끼리 늘 한다”고 답했다. 밴드의 모든 활동을 멤버 전원이 논의해 결정하는 전통 또한 장수의 비결이라 덧붙였다. 25주년 투어명과 앨범명에 ‘DEMOCRACY(민주주의)’를 넣은 이유다.
 
글레이는 비주얼 록으로 출발했지만, 착한 가사를 담은 힘있는 멜로디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요란한 외모로 슬픔·절망을 노래하는 다른 비주얼 록밴드와 달리, 외모는 같지만 따뜻하고 착한 음악을 하면 오히려 희소성있는 밴드로 잘 팔릴 거란 생각을 했다”고 타쿠로는 말했다. 글레이의 음악에 사랑과 가족, 동료애 등이 많이 담긴 이유다.
 
타쿠로의 보물 1호는 수년전 미국에서 3억원에 구입한 1959년제 깁슨 레스폴 스탠더드 기타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그 기타를 연주한 그는 “오랜 세월 기타리스트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기타가 용기와 자신감을 준다”며 “명징한 기타 사운드에 감탄하는 관객들을 볼 때마다 기타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컴퓨터로 음악하는 시대지만 기타 록밴드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이라 말했다.
 
타쿠로는 지뢰제거 캠페인에 참여하고, 반전 메시지의 신문 광고를 내는 등 개인 차원의 사회참여도 활발하다. 그는 “‘이게 과연 옳은가’ 라는 의문을 멜로디에 실어 사회에 외치는 것이 록 밴드의 핵심이라 생각한다”며 “시리아 난민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아파 난민 문제를 담은 곡도 만들었다”고 했다.
 
최근 발표한 ‘겐고(元號, 연호)’라는 신곡 또한 의미심장하다.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아 일본 열도가 들떠 있는 가운데, 차분히 지난 시대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곡이다. 타쿠로는 “전쟁의 참화에 휩싸였던 쇼와(昭和), 자연재해·경제침체 등으로 고통받았던 헤이세이(平成) 시대와 달리, 레이와는 서로 이해·소통하며 평화롭고 밝은 시대로 만들자는 소망을 담았다”며 “러브송 못지 않게 메시지송도 중요하게 여기는 게 글레이의 자존심”이라 말했다. 협업하고 싶은 한국 뮤지션으로 아이돌그룹 ‘펜타곤’을 꼽은 그는 “예전에 JYJ의 준수·재중에게 곡을 써준 적이 있는데, 한국 뮤지션과의 궁합이 좋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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