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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말 끝나자마자 손짓···주목받은 김정은 영어실력

중앙일보 2019.07.01 15:35
 
지난달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ㆍ미 회동 당시
트럼프가 "선을 넘어도 되나"라고 하자
김정은 곧바로 "각하께서 건너오시면"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듣는 능력은 제법 있다는 관찰도

“반갑습니다. 이런 데서 각하를 만나게 될지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대한 순간"이라고 한 뒤 이같이 답했다. “제가 이 선을 넘어도 되겠나요(Would you like me to come across)?”
 

채 ‘어크로스(across)’란 발음이 끝나기도 전에 김 위원장은 오른손으로 군사분계선 턱을 넘으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하께서 한 발자국 건너오시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으시는 미국 대통령이 되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의 발언을 알아들었다는 얘기다.
 

세 번째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동안 김 위원장의 영어 실력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도 영어로 인사를 건네 화제를 모았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대통령님, 반갑습니다(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라고 말했다. 이후 두 정상이 약 10초간 통역 없이 서로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의 영어 능력에 대한 관심은 국내보다 해외 언론이 더 크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훌륭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등의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ABC방송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영어를 알아듣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의 영어 능력에 관심이 쏠리는 건 스위스에서 공부한 이력을 가진 '폐쇄적 국가'의 지도자인 데다 그의 영어 수준이 북미회담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영어가 능숙하면 미세한 뉘앙스 변화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정상외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대체적 견해는 김 위원장의 영어 능력이 능통한 수준까지는 아니란 쪽이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진 못한다는 증언·기록도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청취력은 나은 수준으로 보인다.  
 

2013년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난 전직 미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맨은 지난해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영어를 부분 부분(bits and pieces) 이해하는 것 같았다”며 “농구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그건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012년 스위스 지역 언론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영어 과목에서 최소합격 등급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행사 기획에 관여한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이 한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영어를 잘 못 해 걱정이다. 독어는 잘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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