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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ㆍ김정은 '오프'?…시민들 “트위터로 시작된 세기의 만남 인상적”

중앙일보 2019.07.01 05:00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몇몇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전협정 66년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는 뉴스였다. 오후 3시 46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깜짝 월경’을 하자 여기저기서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던 윤재환(27)씨는 “예상도 못한 일이 어난게 신기하다”며 “올해 초 하노이 회담때는 계속 만난다는 얘기가 나오다가 막판에 결렬돼서 실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안한 지 하루만에 역사적인 일이 눈 앞에 펼쳐진게 놀랍다”고 말했다.

 
북ㆍ미 회담, 트위터에서 시작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트위터 본인 계정에 올린 글.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트위터 본인 계정에 올린 글.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쳐]

 
이번 북ㆍ미 정상 간 만남의 시작은 다름 아닌 ‘트위터’(Twitter)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헤비 유저’(자주 사용하는 사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본인의 계정에 “만약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했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자, 몇 시간 뒤 북측이 “흥미로운 제안이다. 정식으로 제안을 하라”고 반응하면서 전격적으로 회담이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출발하기 직전 오산 미 공군 기지에서 “김정은과 좋은 만남을 하고 왔다”며 “어제 내가 남긴 SNS(트위터)를 보고 김 위원장이 응답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에 갑작스레 회담이 준비된것이 맞는지에 대해 확답을 피했지만, 시민들은 온ㆍ오프라인에서 “북ㆍ미 회담은 트위터에서 시작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변인 대신 트위터로 알려"
트럼프 대통령이 1박 2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길에 오르면서 남긴 트위터.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1박 2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길에 오르면서 남긴 트위터.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쳐]

30일 트위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프’(트위터에서 얘기를 나누던 사람과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난다는 뜻)를 했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오프’는 주로 연예인의 팬들이 트위터로 정보를 나누다 콘서트 등을 계기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인데, 이를 두 정상간 만남에 빗대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대변인을 거치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 주요 일정을 발표하는 ‘트위터 정치’다”,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한동안 주춤했던 트위터가 다시 활발해질 것 같다”는 글들도 눈에 띄었다.

 
오프라인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서울역에서 북ㆍ미 회담 중계를 지켜본 임모(33)씨는 “정부 관료들이 오랜 시간 준비해도 어려웠던 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한 방’으로 이뤄졌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정치 방식이라 놀라웠다”고 말했다.

 
“북ㆍ미 정상 간편하게 만나는 모습 희망적”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서울역ㆍ고속터미널 등 다중 집합장소에 모여있던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설치된 TV 화면을 보며 크게 환호했다.  
 
김평래(60)씨는 “지난해 4ㆍ27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악수할 때도 설레는 마음으로 생방송을 지켜봤는데, 그 때 감동에 버금가게 찡했다”며 “미래 지향적인 만남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TV 중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봤다는 김인수(31)씨는 “남ㆍ북ㆍ미 세 정상히 한 자리에 서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합성처럼 느껴질 정도로 신기했다”며 “하루 아침에 북한의 비핵화나 통일이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북ㆍ미 정상이 이렇게 간편하게 만나는 모습이 희망적인 시그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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