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북한은 ‘나라’ 한국은 ‘정부’ 표현
유은혜 교육부의 탕자적 역사관
역사 왜곡과 싸우는 홍후조 교수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국군, 헌법, 외교권 등 자유민주 공화국의 6대 요소가 완비된 것이다. 반면 이런 요소들은 처음부터 북한 정권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민의 자유를 박탈하는 일당 독재를 확립하고 한반도의 나머지 지역을 공산화하기 위해 군사 무력을 구축하는 데 몰두할 뿐이었다. 그들은 그저 일정한 지역을 물리력으로 점령해 공산혁명을 추구하는 집단이었다.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에서 그런대로 나라 행세를 한 건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이후다. 1948년 진행된 이런 명백한 역사적 현실을 놓고 유은혜 장관의 교육부가 한국을 ‘정부’로 폄하하고, 북한을 ‘국가’로 격상하는 교과서를 기술했으니 당신들의 조국은 도대체 어디인가.
문제의 64쪽엔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전통을 이었(…)다는 점에서”라는 구절도 있다. 한국이 임시정부의 ‘법통(法統)’이 아니라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표현한 것이다. 헌법 전문은 한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명시했는데 국정 교과서에서 법통이 사라지고 뜬금없이 전통이 등장했다. 법통은 정통성 계승의 유일성을 적시하는 용어이지만 전통은 정통성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다의적인 언어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북한 정권의 역사적 정통성을 의식해 한국의 법통을 굳이 강조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어색하기 짝이 없는 단어가 등장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 홍 교수는 이 정부의 역사 왜곡 사실을 일일이 끄집어내고 있다. 학부모들이 최근 홍 교수의 논문을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교과서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헌재가 올바른 판단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으로 용어를 바꿔야 한다. 정부를 교체했다 해서 역사까지 교체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다. 부모를 부정하는 사람을 탕자라고 한다. 여기서 ‘탕(蕩)’은 한자로 쓸어버린다는 뜻이다.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 침을 뱉는 자도 탕자다. 당신들은 지금 조국(祖國)의 기억과 역사를 몽땅 쓸어버리고 근본을 알 수 없는 새로운 조국을 만들려 하나. 탕자는 탕자를 낳을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