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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다운 불씨 되살린 53분 대화, 사실상 3차 북·미 회담

중앙일보 2019.07.01 00:12 종합 4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약 53분간 회동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약 53분간 회동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0일 ‘전격 회담’으로 북·미의 실무 접촉에 동력이 실렸다. 북·미가 2~3주 안에 실무협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다.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집에서 김 위원장과 53분간의 회담을 마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만 해도 “그(김 위원장)가 거기 있다면 우리는 서로 2분간 보게 될 것이다. 그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분 만남’이라던 게 1시간 가까운 회담이 됐다. 이날 회담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렬로 끝났던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교착 상태를 일단 해소했다. 정상 간에 돌파구를 만드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재가동이다.
 

북·미 단순 이벤트 이상 성과 얻어
하노이 결렬 이후 교착상태 해소
비건이 대북 실무협상 주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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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담은 실무협상의 구체적 시간표와 인선도 제시하면서 당초 예상됐던 단순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미국의 실무협상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꾸리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비건 대표를 바라보며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또 비건 대표에 대해 “협상 전문가이면서 남북을 모두 사랑하는 인물”이라며 “협상을 훌륭하게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북한으로부터 바람을 맞았던 비건 대표를 향해 확실하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각자 (실무협상) 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며 “실무협상팀이 몇몇 세부 사항을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사실상의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셈”이라며 “실무협상에 권한을 주었다는 것은 북·미 정상이 교착을 끝내고 대화 모드로 돌아서기 위한 구체적 대화를 나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소장은 “연내 정식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다분해졌다”며 “톱다운의 확실한 재가동”이라고 말했다.
 
단 북한의 실무협상팀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실무협상팀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무사한지 기자들이 묻자 “그렇다고 생각한다. 주요 인물인 한 명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며 “나머지도 그렇게 (무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북한 실무협상팀의 구체적 인선까지 거론하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실무협상에 나섰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협상대표는 현재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남에 대해 “매우, 매우 좋았다”고 평하면서도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교착에서 대화로 물꼬를 트되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까지 재확인한 셈이다.
 
관건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를 둘러싼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있는지 여부다. 조만간 시작될 실무협상에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일각에선 ‘톱다운’ 방식의 극적 효과를 즐기는 두 정상인 만큼 다음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연내 백악관 방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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