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정은 대변인'격 등극···北 대미외교 지휘자는 최선희였다

중앙일보 2019.06.30 16:38
최선희. [연합뉴스]

최선희.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대미 협상 관련, 북한의 ‘컨트롤타워’임을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0일 판문점 전격 회동은 전날 최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화답하며 급물살을 탔다.

30년 간 대미 외교 ‘얼굴 마담’ 최선희
하노이회담 이후 김정은 메신저로 화려한 부활

최 제1부상은 29일 오후 1시 6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김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보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한 공식제기를 받지 못하였다”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분단의 선에서 조미수뇌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특히 최 제1부상의 “나는…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힌 대목은 김 위원장의 의중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최 제1부상이 김정은 ‘대변인’ 격으로 김정은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제1부상은 최영림 전 내각총리의 수양딸로, 1990년대 외무성 통역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아버지 후광에 따라 점차 대미 외교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0년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에 오른 뒤 2016년 북아메리카국장에 이어 지난해 2월 외무성 부상까지 승진했다. 최 제1부상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측 실무협상 대표로 나섰다. 그러나 올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혁철 국무위원회 특별대표에게 실무협상 대표 자리를 내주며 위상 약화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은 최 제1부상에게 재기의 기회가 됐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인 3월 1일 새벽에 이용호 외무상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했다. 이어 날이 밝은 후에도 최 제1부상은 한국 언론과 별도 인터뷰를 가지며 ‘김 위원장의 생각’을 적극 전달했다. 자신의 느낌이라는 전제를 단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거래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제1부상은 3월 15일 평양 외신기자회견에선 “우리 국무위원장은 (하노이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가 다시 이런 기차 여행을 해야 하겠느냐’고 말했다”며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할 의사가 없다. 김 위원장이 짧은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 위원장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연말 시한을 언급하며 미국에 “셈법을 바꾸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 제1부상이 하노이회담 이후 ‘김정은의 생각’을 밝히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데 대해 김 위원장의 신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은 신적인 존재로, 언급 자체가 불경죄로 간주된다”며 “최 제1부상이 김 위원장의 의중을 공개 거론하는 건 김 위원장의 지시나 허락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3주년을 맞아 중앙보고대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주석단 모습으로, 최근 국무위원에 오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맨 앞줄(붉은 원)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3주년을 맞아 중앙보고대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주석단 모습으로, 최근 국무위원에 오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맨 앞줄(붉은 원)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최 제1부상은 지난 4월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또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호명됐다. 또 외무상이 된 지 1년 2개월 만에 외무성 ‘넘버2’ 자리인 제1부상에 오른 게 확인됐다. 최 제1부상은 4월 말 북·러 정상회담 때는 김 위원장의 벤츠 차량 옆자리에 동승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 제1부상의 상관인 이용호 외무상은 조수석에 앉았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북한 정세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대미 협상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통일전선부가 했다면 향후 최 제1부상의 외무성이 주도할 가능성을 (최고인민회의) 인사조치를 통해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통일전선부장을 겸임했던 김영철 부위원장은 통전부장 자리를 장금철에게 내주며 대미 협상 전면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략원은 보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4월 2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함대사령부 내 전몰용사 추모시설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러시아 RT뉴스 캡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4월 2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함대사령부 내 전몰용사 추모시설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러시아 RT뉴스 캡처]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