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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원대 BTS 팬미팅이 550만원, 그뒤엔 암표상 매크로?

중앙일보 2019.06.30 15:34
BTS의 지난 22~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글로벌 팬미팅을 앞두고도 암표가 등장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BTS의 지난 22~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글로벌 팬미팅을 앞두고도 암표가 등장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의 지난 22~23일 서울 글로벌 팬 미팅을 앞두고 국내 한 중개사이트에는 550만원짜리 암표가 등장했다. 티켓 원가(9만9000원)에 비해 턱없이 큰 금액이었다. 누군가 미리 사둔 표를 되팔려 중개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의심된다. 
 
BTS와 같은 인기그룹은 티케팅은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으로 불린다고 한다.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5분도 안 돼 매진이다. 표를 미처 구하지 못한 팬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암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사정이 이렇자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공항 출국심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실제 공연 예매자-관람자의 신분확인에 나섰다. 그럼에도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BTS 일본 오사카 공연의 경우 한화 480만원짜리 표가 해외 티켓 중개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그룹 워너원의 지난 3월 열린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공연 모습. [중앙포토]

그룹 워너원의 지난 3월 열린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공연 모습. [중앙포토]

   
팬층 두터운 아이돌그룹 공연 '표적' 
암표상의 횡포는 BTS 공연뿐만이 아니다. 주로 팬층이 두터운 인기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표적이다. 실제 올 초 시청자들의 선택으로 결성된 그룹 워너원의 고별 콘서트 티켓도 암표상을 거쳐 가격이 폭등했다. 10만원대 표가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짜리로 둔갑한 것이다. 재결합한 아이돌 그룹 H.O.T의 지난해 콘서트 전에도 암표 거래가 횡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암표상은 ‘매크로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팬심(心)으로만 매진행렬이 이어진 게 아니라는 의미다. 매크로는 특정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주로 포털사이트 내 기사 댓글이나 여론조작에 사용됐던 프로그램이다. 
 
드루킹 일당, 매크로로 업무방해 혐의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드루킹 일당이 대표적인 매크로 이용 여론조작 사건이다. 드루킹 일당은 지난 2016년 말~2017년 초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118만8800여개의 기사 댓글에 달린 공감·비공감을 눌러 여론을 조작한 혐의다. 김 지사는 컴퓨터 등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고 항소 중이다. 이런 매크로가 예매 사이트에도 등장해 대량 티켓구매가 가능하게 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 여론조작용 매크로프로그램 사용방법에 대해 올라와 있는 글. *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한 인터넷 카페에 여론조작용 매크로프로그램 사용방법에 대해 올라와 있는 글. *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온라인 암표상도 업무방해로 수사
하지만 그동안 온라인상서 벌어진 매크로 이용 암표 거래는 처벌이 쉽지 않아 경찰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공연장이나 경기장과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암표를 팔다 적발되면 경범죄처벌법을 근거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와 달리 온라인 공간은 혐의 적용이 마땅치 않았다.
 
경찰청은 관련 판례를 분석하고 변호사회 자문 등을 거쳐 이제 온라인 암표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우선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한 방법으로 티켓을 다량 구매할 경우 업무방해혐의가 적용된다. 이때 티켓 예매사이트 등의 서버 장애를 일으킬 경우에는 컴퓨터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될 수 있다. 둘 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경찰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연합뉴스]

경찰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연합뉴스]

 
경찰, 암표 의심 사례 145건 내사 
또 개인정보를 도용해 여러 개의 아이디를 만들면 개인정보누설 혐의로, 이렇게 만든 아이디로 예매 사이트에 접속하면 정보통신망침해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업무방해보다 형량이 높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경찰청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상 의심사례 145건에 대해 전국 12개 지방청에 내사를 지시했다고 30일 밝혔다. 내사 대상에는 같은 주소지로 166장의 티켓을 배송받은 경우 등이 포함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적인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행위뿐 아니라 호기심으로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구매하는 행위 역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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