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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원룸에서 숨진 20~30대 4명, 왜 극단적 선택 했나?

중앙일보 2019.06.30 15:13
20~30대 4명이 극단 선택을 한 창원시 진해구 원룸. 황선윤 기자

20~30대 4명이 극단 선택을 한 창원시 진해구 원룸. 황선윤 기자

3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한 원룸촌. 1층이 주차장인 필로티 구조의 원룸 건물 5~6개동이 나란히 서 있다. 한 건물 앞에서 잠시 있으니 20대 3명이 건물에서 주차장으로 나왔다. 이들은 전날 오전 원룸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26)씨의 고교 친구들이었다. 친구가 숨졌다는 김씨 아내의 연락을 받고 광주광역시에서 달려왔다고 했다. 친구 이모씨는 “이달 초 서울에서 만나 같이 놀고 했다. 그때는 괜찮았다. 정신 차리고 일한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외부침입 흔적 없고, 외상도 없어
방안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유서
경찰,“SNS에서 만나 극단 선택한 듯”
“우울증에 생활고,사회 부적응 추정”


숨진 원룸에 살던 김씨는 29일 오전 11시 10분쯤 진해구 경화동 4층짜리 건물의 2층 원룸에서 다른 20·30대 3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와 최근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를 한 서울 거주 A씨가 “김씨가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신고, 경찰이 119구조대와 함께 출동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시신을 발견했다. 
20~30대 4명이 극단 선택을 한 창원 진해구 원룸.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황선윤 기자

20~30대 4명이 극단 선택을 한 창원 진해구 원룸.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황선윤 기자

A씨는 “중고물품을 거래한다는 김씨의 말에 11만원을 보냈으나 물품이 오지 않아 김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고, 김씨 아내와도 통화해보니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아 경찰에 연락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원룸 출입문은 출동한 경찰과 119구조대가 뜯은 듯 뜯겨있었다. 출입문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다. 방안을 들여다보니 비좁은 방에 생활도구가 어지럽게 늘려 있었다.
 
숨진 4명은 모두 원룸 방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고모(22·서울 강남구), 김모(28·경기도 고양), 박모(33·인천 계양구)씨로 파악했다. 이들 중 박씨·김씨 등 두 명은 최근 가출 신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원룸에는 이들이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소주병 5~6개, 극단적 선택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발견됐다. 또 수면제 통도 발견됐다. 
 
방에선 이 원룸에 살던 김씨가 작성한 유서가 발견됐다. 처와 아들에게 “잘못을 저질러 미안하다”는 글과 함께 재산 처분 등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연령·직업·거주지가 모두 다른 점으로 미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만나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4명 모두 외상이 없었으며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방안에 누운 채 숨져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우울증을 갖고 있거나 빚 등으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룸 거주자 김씨의 경우  1년 전쯤부터 동갑내기 아내, 6살 아이와 함께 이곳에서 살다 우울증과 생활고를 겪으면서 가정불화로 2개월 전인 지난 4월부터 아내와 별거에 들어갔다. 아이는 아내가 키웠다. 

 
김씨는 또 애써 모은 1000만원 가운데 600만원을 최근 사기를 당해 잃으면서 더욱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 이씨는 “친구가 제2 금융권에 상당액의 빚이 있었던 것 같고, 사기까지 당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도 “작년까지 일하다 그만두고 다른 일 알아보고 있었다, 우울증으로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한 적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졸업 뒤 동갑내기 아내와 결혼해 아이 1명을 뒀으며, 1년 전쯤 처가가 가까운 창원 진해구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나머지 3명 중 고씨도 우울증이 있고, 또 다른 김씨는 5년간 복역한 뒤 최근 출소했으나 사회적응을 제대로 못 했으며, 박씨도 사업에 실패해 상당액의 빚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다음 달 1일 부검하고 변사자의 휴대전화 내용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원=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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