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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회담 결과 흡족한 중국…’평상심’ 강조하며 표정 관리

중앙일보 2019.06.30 14:56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는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을 홈페이지에 '포스터' 라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보도해 회담 성과를 부각했다. [중국 신화망]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는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을 홈페이지에 '포스터' 라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보도해 회담 성과를 부각했다. [중국 신화망]

중국은 지난 29일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이뤄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 결과에 상당히 만족한 모양새다. 실리와 체면을 동시에 챙겼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서 이런 속내가 드러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는 29일 회담이 끝난 지 불과 75분 만에 관련 합의를 타전했다. 시 주석 순방 소식을 대부분 저녁 7시 CC-TV 뉴스를 통해 보도하던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났다.
 

실리와 체면 모두 챙겼다 판단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도 막고
화웨이, 조건부 속 대미 거래 계속

 
 
신화사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시 주석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를 홈페이지에 ‘포스터(海報)’라는 이례적인 형식을 통해 부각해 보도했다. 왕샤오룽 G20 특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긍정적 성과를 거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중국은 회담 결과를 크게 반기면서 이젠 ‘표정 관리’도 하는 모습이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회담 직후 사설에서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몇 차례 파동이 예상되는 만큼 “평상심을 갖자”고 주장했다. 또 “세상에 미국 혼자만 좋은 합의는 없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9일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망]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9일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망]

중국 입장에선 실리를 챙겼다. 중국 경제를 뿌리째 흔들던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휴전’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불이 더는 번지는 걸 막은 것이다. 그리고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진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의 관세 추가 부과를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 앞서 “3000여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수 있다”며 압박해 왔으나 이번 회담으로 그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대표인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그동안 미·중 무역협의가 이뤄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관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유예는 중국에 커다란 선물을 안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의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미국의 거센 압박에도 틈을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에 미국 부품을 계속 파는 걸 허락했다”고 말해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각각 이끄는 미중 대표단이 지난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망]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각각 이끄는 미중 대표단이 지난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망]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와 관련이 없다면”이라며 조건을 달긴 했지만, 중국 입장에선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중국 외교부의 왕샤오룽(王小龍) G20(주요 20개국) 특사는 “미국이 말한 대로 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체면도 세웠다. 시 주석의 ‘몐즈(面子, 체면)”를 크게 세울 수 있게 됐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초 미·중 무역협상의 결렬과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협상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다 역풍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해 이른바 중국 내 ‘투항파(投降派, 미국주장 수용파)’로 일컬어지는 내부 정적의 반발을 누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우선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다지는 데 성공했다. ‘근본적 문제’는 무역 등의 문제가 아니라 양국 관계의 기초를 이루는 주권 문제다. 최근 미국은 대만을 ‘국가’로 언급해 ‘두 개의 중국’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중국의 의심을 샀다.
시 주석은 이에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핑퐁 외교’ 등을 거론하며 미국을 압박해 이번 회담에서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발언을 끌어냈다. 이는 미·중 관계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가 챙겨야 할 가장 큰 원칙이다.
중국이 주목한 또 하나의 ‘근본적 문제’는 미국의 대중 기본 노선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경제 분야에서 경쟁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를 희생하더라도 중국을 누르겠다는 것인지 그 진의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었다.
문제가 경제라면 협상하면 되지만, 중국 견제라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게 중국의 입장인데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중국에 적대적인 뜻(적의)이 없다”고 밝힘에 따라 미·중 협력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시 주석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중국이 평소 하고 싶은 말을 다 해 미국에 당당히 맞서는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중국 CC-TV는 회담 이후 칼럼에서 “중·미 간에 분쟁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오로지 평등한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며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은 ‘평등’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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