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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회복 나선 검찰…과거사 피해자 487명 '명예회복'

중앙일보 2019.06.30 14:00
검찰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 과거사 피해자 487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 중대한 흠이 있을 경우 취할 수 있는 비상구제수단이지만 검사의 직권 재심 청구는 극히 드물게 이뤄져 왔다. 검찰이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檢 "과거사 피해자 487명 명예회복"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임현동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인서)는 2017년 8월 이후 검찰 과거사 피해자 487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고 30일 밝혔다. 시국사건 피해자에 대한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는 간혹 있었지만 2년간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에 대한 검찰의 대규모 직권재심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직권 재심 청구 대상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 위헌·무효가 선언된 사건(긴급조치위반·1972년 계엄법 위반 등) ▶특별법으로 재심 사유가 규정된 사건(5·18 민주화운동·부마민주항쟁 관련 등) ▶진실과화해위원회 재심 권고 사건 중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사건 등이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재심 청구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재심 청구를 하지 못한 피고인들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 중대한 흠이 있을 경우 청구할 수 있는 비상구제수단이다. 형사소송법 제424조에 따르면 재심은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법정대리인 포함)이나 그의 가족,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청구권자에 검사가 포함돼있지만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는 드물게 이뤄져 왔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간부급 검사는 "직권 재심 청구는 검찰이 직접 앞선 검찰 수사를 완전히 뒤집는 것인 데다가 국가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드물게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문무일 총장 의지 반영"…신뢰 회복 나선 검찰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검찰 부실수사나 인권침해로 인해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문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입장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발표했다. 장진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검찰 부실수사나 인권침해로 인해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문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입장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발표했다. 장진영 기자

이례적인 대규모 직권 재심 청구 배경엔 문무일 검찰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총장은 광주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 재학 시절 학생 운동을 했다. 그래서인지 문 총장이 검찰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도 이전 총장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17년 취임 직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는 등 과거사에 대한 관심을 줄곧 기울여 왔다.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삼례 나라 슈퍼 살인사건 등의 재심을 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국가 의무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또 "직권 재심 청구가 시국사건에 그칠 게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에도 확대돼야 한다"며 "검사가 적극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직권 재심 청구와 함께 과거사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2명에 대해선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들에겐 국가 보상을 청구할 기회가 주어진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람은 보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 법적으로 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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