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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경리 사원, 70세 판매왕…일본기업에선 가능한 일

중앙일보 2019.06.30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28)
일본 도쿄의 고토쿠 실버인재센터가 운영하는 도요작업소에서 70세를 훌쩍 넘은 고령자들이 양복 리폼에 열중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중앙포토]

일본 도쿄의 고토쿠 실버인재센터가 운영하는 도요작업소에서 70세를 훌쩍 넘은 고령자들이 양복 리폼에 열중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중앙포토]

 
최근 60세를 넘어도 건강하고 일할 능력을 갖춘 시니어가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기업은 중·고령 인력은 무능하다는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생애발달심리학』의 저자 타카하시 케이코(高橋恵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중·고령 인력이 쇠퇴하는 연령으로 취급받는 것은 생산성을 중시하는 산업사회의 가치관 때문이다. 생산성과 대량생산에 공헌하는 인적자원, 즉 빠름과 강함, 균일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에 서툰 중·고령 인력은 시대에 떨어진 노인으로 차별받는다. 중·고령 인력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이것에서 만들어진다.

 
중·고령 인력에 대한 고정관념은 대체로 이렇다. “능력은 노후화했고 피크 시점을 지났다” “50세만 넘으면 전문능력은 크게 떨어지고, 앞으로 능력개발을 기대할 수 없다” 등등. 기대하는 역할이 낮기 때문에 그만큼의 업무를 맡긴다. 쉽게 말해 “시키는 것만 무난하게 잘하면 된다”는 정도의 역할이다.
 
이런 관점으로는 적절한 역할을 줄 수 없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면 중·고령 직원에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자와 인사담당자가 이러한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면 50대, 60대의 인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중·고령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까? 먼저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건강하고 능력과 의욕이 있으면 활용한다는 관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중·고령 인력은 계속해서 능력과 기술,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앞으로 연금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정년과 관계없이 계속 일을 해야 생활할 수 있다.
 
고령사회인 일본에서 중·고령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정년제를 폐지하고, 중·고령 인력의 능력과 특성을 경영에 활용하는 것이다. 임금체계를 포함해 고용형태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중·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일본기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정년제 폐지한 텐포스 홀딩즈
텐포스 홀딩즈는 정년을 폐지하고 연령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사내 분위기를 갖고 있다. 업무의 유연성이 높아 업무 강도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텐포스 신주쿠점 영상 캡처]

텐포스 홀딩즈는 정년을 폐지하고 연령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사내 분위기를 갖고 있다. 업무의 유연성이 높아 업무 강도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텐포스 신주쿠점 영상 캡처]

 
이 회사(주방기구 판매회사)는 2005년 정년을 폐지했다. 현재 65세 이상의 직원은 약 27%다. 고령자뿐만 아니라 전 직원을 각자의 능력에 따라 활용하고 있다. 연령은 고려하지 않고 직원의 능력과 스킬, 의향에 따라 일할 기회를 주고 있다. 경력자를 채용할 때 60세 이상이 많다. 60세 이상 입사지원자도 그 사람의 능력과 의욕을 보고 판단할 뿐이다.
 
지점장은 공모제를 통해 보직을 결정한다. 의욕만 있으면 연령에 관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역할이다. “연령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창업자의 경영철학에 따른 인사관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60세 이상 직원은 본사, 점포를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신주쿠 지점의 경리담당 여직원은 82세다. 신주쿠점은 매출 최대의 점포이고, 경리업무도 상당히 많고 복잡하지만 80세가 넘는 여성직원의 업무 능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주 3일제로 일하는 70세 남성 고령자는 회사에 최고수준의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실무능력을 발휘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보수는 연령과 상관없다. 정년이 없기 때문에 퇴직금 제도도 없다. 입후보제도로 관리직을 뽑고, 연공서열로 자리를 결정하지 않는다. 직원들도 연령을 의식하지 않고, 연령에 따른 역할도 기대하지 않는다. 업무의 유연성도 매우 높다. 연령상 똑같은 조건으로 계속 일할 수 없다면 목표를 낮추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유연하게 대처한다. 회사는 가능한 한 오래 일하길 바라지만, 본인이 언제 그만둘지를 결정한다.
 
다이킨 공업의 ‘시니어 스킬 스페셜리스트’
다이킨 공업은 고령 사원을 1년 단위로 계약해 근무하도록 한다. 능력만 갖추었다면 연공서열을 벗어나 직책을 부여해, 나이가 많든 적든 구분 없이 관리직을 수행한다. [사진 다이킨 공업 채용 홈페이지 캡처]

다이킨 공업은 고령 사원을 1년 단위로 계약해 근무하도록 한다. 능력만 갖추었다면 연공서열을 벗어나 직책을 부여해, 나이가 많든 적든 구분 없이 관리직을 수행한다. [사진 다이킨 공업 채용 홈페이지 캡처]

 
다이킨 공업도 고령자 활용 기업 가운데 하나다. 오로지 능력과 성과로만 평가하는 인사관리 원칙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2002년 65세 넘는 직원도 고용하는 ‘시니어 스킬 스페셜리스트 계약직원제도’를 도입했다. 숙련된 기술과 인맥을 보유해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직원을 1년 계약으로 계속 고용한다.
 
선발할 때 명확한 실적 기준과 연령 제한이 없다. 사업부에서 추천하면 인사부가 결정한다. 처우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의욕적으로 일하는 시니어가 많다. 회사가 무엇을 요구하고, 무슨 기대를 하고 있는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시니어 직원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공헌의식도 크다.
 
2019년 현재 192명이 시니어 스킬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 70세 이상은 30명이나 된다. 인맥이 풍부한 전 영업부장, 후배 육성을 담당하면서 해외 거점을 관리하는 주재원 등 다양한 경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50대가 되어도 관리직이 아닌 직원이 많다. 연공서열 인사관리를 하지 않고, 젊은 세대도 관리직으로 적극적으로 발탁한다. 보직과 연령의 역전현상이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연상인 부하와 일하는 경우가 많다. 
 
성과주의 도입한 타이요우 생명
타이요우 생명은 급여삭감제도를 폐지하고, 성과주의 기반의 직원 평가를 진행한다. 급여 삭감으로 고령 직원의 사기가 저하되는 것을 방지하는 셈이다. [사진 타이요우 생명 채용 홈페이지 캡처]

타이요우 생명은 급여삭감제도를 폐지하고, 성과주의 기반의 직원 평가를 진행한다. 급여 삭감으로 고령 직원의 사기가 저하되는 것을 방지하는 셈이다. [사진 타이요우 생명 채용 홈페이지 캡처]

 
이 회사는 2017년 정년 연령을 65세로 높이고, 57세였던 직책 정년제도는 폐지했다. 2002년부터 성과주의에 따라 모든 직원을 평가한다. 58~60세 인력의 급여삭감제도를 폐지하고 65세까지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급여삭감으로 회사 경비를 줄이려다 직원의 근무 의욕 저하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으니 65세까지 실적을 올리고 이에 보상하는 인사시스템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인건비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발상의 전환을 했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중·고령 직원은 법인영업, 법인대리점 영업, 고객 상담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고령 직원은 오랫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살려 일선 영업 창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시니어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젊은 세대보다 고객에게 접근도 잘하고 쉽게 설득한다는 평가다.
 
‘정년 후 재고용’ 마에가와 제작소
마에가와 제작소는 90세가 넘는 노인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 회사다. 매월 고령자활용회의를 열어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 연륜에서 나오는 개발 지식과 통찰력을 회사에서 활용할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이를 전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마에가와 제작소 채용 홈페이지 캡처]

마에가와 제작소는 90세가 넘는 노인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 회사다. 매월 고령자활용회의를 열어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 연륜에서 나오는 개발 지식과 통찰력을 회사에서 활용할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이를 전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마에가와 제작소 채용 홈페이지 캡처]

 
마에가와 제작소는 저성장 고령사회에서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정년제가 있지만 능력과 본인의 의사, 회사의 니즈가 맞으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2500명이 넘는 직원이 있지만, 정년 후에도 일하는 사람은 233명이다. 최고령자는 78세로 제조부문에서 압축기를 개발하고 있다. 예전엔 기술개발분야에서 95세까지 일한 직원도 있다.
 
이 회사는 정년 전에 정년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은지 본인과 상사의 의견을 듣는다. 그리고 직원의 직무내용, 직무충실도, 직무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년 후 고용 여부를 결정한다. 매월 ‘고령자활용회의’를 열어 보고서를 제출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경영층이 계속 근무를 승인한다. 고령인력은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주며 멘토 역할도 한다.
 
이렇게 회사마다 다양한 인사제도를 마련해 중·고령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중·고령 직원을 전문가로 인정하고, 전문가답게 의욕적으로 일하도록 제도화한다는 점이다.
 
능력을 파악해, 의욕을 갖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주어야 한다. 능력과 경험에 맞는 적절한 자리, 즉 적재적소를 실현하는 것이 중·고령 직원을 제대로 활용하는 핵심요소다. 또한 성과와 공헌에 대한 기대치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은 전문가와 계약한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어떤 성과와 공헌을 기대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
 
포용경영이란 개인의 차이를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질성을 동질화시키지 않고, 그 특성과 개성을 살려 나가는 경영이다. 시니어 활용도 마찬가지다. 시니어의 능력과 경험을 올바로 평가하고 그 능력을 최대한 살려가는 일본 기업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기업의 바람직한 인재활용 전략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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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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