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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교통사고 냈다고 버스기사 수당 깎으면 불법“

중앙일보 2019.06.30 09:00
교통사고를 안 내면 월 20만원 지급. 사고를 내면 3개월 치 수당 감봉.
 
상당수 버스회사에서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무사고 수당’ 구조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고 내용과 관계없이 모든 기사에게 무사고 수당을 똑같이 매월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판결했다. 애초에 노동자에게 위약금을 물라고 미리 정해놓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무사고 수당, 보너스가 아니라 월급"
 대법원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근로기준법위반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두레고속관광 대표 장모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버스기사 김모씨는 지난 2013년 10월 퇴직하면서 밀린 임금을 주지 않은 회사 대표를 고소했다. 회사는 기사들에게 매월 무사고 수당을 20만원씩 지급해왔는데, 작은 교통사고라도 발생하면 3개월 치 수당(60만원)을 깎도록 약정을 맺었다. 2건의 교통사고를 냈던 김씨는 총 120만원을 덜 받았다. 김씨는 이런 약정 자체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도 1~3심 모두 김씨의 주장을 인정, 회사 대표에게 벌금 30만원을 부과했다. 벌금 액수 자체는 작지만 사고가 났다고 버스 기사들의 수당을 깎는 구조가 위법임을 인정한 것이다.
 
"실수나 잘못에 대해 임금 삭감하는 건 불법"
우선 법원은 이런 무사고 수당이 일시적으로 주는 상여금이 아니라 매월 지급되는 ‘임금’ 성격에 가깝다고 봤다. 근로계약서에도 매월 20만원을 고정적으로 주기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버스회사가 기사들의 부족한 기본급을 각종 수당의 형태로 보전해주고 있다.
 
임금을 회사가 자의적으로 깎는 건 불법이다. 재판부는 이런 약정이 근로기준법 20조와 43조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20조는 근로자가 계약 내용을 어겼다고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놓는 식의 계약을 체결하지 못 하게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43조는 임금을 전액 지급하도록 해, 회사가 지각이나 실수를 이유로 월급을 삭감하면 불법으로 규정한다.
 
상여금, 담뱃값, 무사고 수당…넓어진 통상임금
물론 기사가 잘못해서 교통사고를 낸 경우 회사가  책임을 아예 물을 수 없는 건 아니다. 내부 징계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과실 비용을 위약금 형태로 정해놓거나 월급에서 차감하도록 하는 게 불법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회사 직원이 지각한 경우 지각비를 월급에서 차감하는 건 불법이지만, 근태를 문제삼아 내부 징계를 내릴 수는 있다.
 
대법원은 버스 기사들의 임금과 관련된 소송에서 잇따라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인천 시영운수 노동자들이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달 초에는 당일 출근한 운전기사들에게 회사가 지급한 담뱃값, 장갑대, 음료수대 등 ‘일비’도 통상임금 안에 들어간다고 판단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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