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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돕는 '욕받이' 변호사, 그 시작은 땅콩회항 사건

중앙일보 2019.06.30 07:00
지난 21일 공익로펌 재단법인 동천의 이탁건 변호사를 서울 서소문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이 변호사는 외국 이주민, 난민에 무료 법률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고석현 기자

지난 21일 공익로펌 재단법인 동천의 이탁건 변호사를 서울 서소문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이 변호사는 외국 이주민, 난민에 무료 법률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고석현 기자

“난민 기사 댓글이요? 당연히 안 좋죠. 어떤 댓글에선 ‘이탁건 같은 변호사들은 국제 자본 연합체의 더러운 개들’이라는 얘기도 봤어요. 친구와 보며 웃었죠. 한국 사회는 이방인에 상당히 배타적이에요. 하지만 이들과 함께 살아도 해를 입지 않는 걸 알게 되면 점차 나아질 거라 믿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심층 인터뷰]
공익로펌 동천의 이탁건 변호사
대한항공서 일하다 '땅콩회항' 뒤 이직
"이주민 혐오, 만나는 순간 생각 바뀐다"

지난 21일 정장에 큰 배낭을 메고 중앙일보 편집국을 찾아온 이탁건(39)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후원하는 재단법인 동천 소속 변호사로, 이주민과 난민을 상대로 무료 법률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생활권이 한국 사회에 있음에도 현행법상 미등록체류자가 돼 강제 송환될 처지에 놓은 이주민,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등을 돕는다.
 
고려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부터 공익 변호를 한 건 아니었다. 첫 직장인 대한항공 법무팀에서 2년간 근무하다 2015년 동천으로 옮겼다. 그는 “연봉은 깎였지만 잘한 선택이었다"라고 했다.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회사에 실망했고, 오랫동안 생각해온 공익 변호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순간 동천의 모집 공고가 났다. 
이 날 이 변호사는 "난민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은 한국인이 한국 사회에 대해 느끼는 모순이 투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이 날 이 변호사는 "난민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은 한국인이 한국 사회에 대해 느끼는 모순이 투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지난 18일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가 난민 신청자의 면접 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내용으로 증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난민 신청자들은 정치적 문제 등으로 신변에 위협을 느껴 본국에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조서에 ‘한국에 돈 벌러 왔고 본국에 돌아갈 수 있다’고 썼다. 이 변호사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법무부는 면접 부실이 의심되는 55건의 난민 불인정 처분을 직권 취소했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인 해명이 없다. 또 55건 외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피해자에겐 어떤 보상을 할 건지, 위법 행위를 한 공무원은 어떤 징계를 받을지 말하지 않았다. 한국은 선진국보다 난민 수용률이 현저히 낮다. 이는 우리 정부의 보호망이 촘촘하지 않아 난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유입 이후 난민에 대한 혐오 여론이 생겼다.   
“한국은 민족주의를 동력 삼아 산업화·민주화를 이뤘고, 여전히 이방인에 배타적이다. 예멘 난민에 대한 여론은 한국인이 우리 사회에 느끼는 불만을 난민 500명에게 투영한 것이라 본다. 악플들을 보면 ‘난민은 무임승차해서, 내 일자리를 빼앗아 가서, 공정성에 어긋나서 싫다’고 한다. 뒤집어서 보면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아서 나는 피해를 보고 있고, 우리 사회는 일자리가 없어 불안하다’는 심리가 있다. 정부가 이런 여론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어떻게 해야 난민 인권 문제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까.
“좋은 예가 있다. 2013년 설립된 영종도 출입국외국인관리지원센터다. 난민 신청자에게 기초 생계를 지원하고 사회 적응을 돕는 기관인데, 설립 때 주민 반대가 심했다. 지난해 보도된 난민 관련 기사를 보니 당시 강하게 반대했던 영종도 주민이 점차 난민을 향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4년간 난민들과 별 탈 없이 지내보니 같이 있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걸 느낀 것이다. 독일 난민 활동가 제바스티안 뢰더가 한 인터뷰에서 ‘난민에 대한 공포는 이들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순간 뭔가 바뀐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깊이 동의한다.”
 
이주민 권리는 최근 4~5년간 향상되지 않았나.
“이주민 수가 많아졌지만, 권리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10년간 매년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1명씩 사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밥 먹는데,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데 단속반이 무작정 들이 닥쳐 단속한다. 덜컥 겁이 난 이주 노동자가 황급히 도주하다 사고가 발생한다. 지난해에도 이런 과정에서 한 명이 추락사했다. 이 문제에 대해 시민단체가 열심히 활동하는 중에 법무부는 단속을 강화하겠다며 온라인에 영문 공지를 내며 ‘hunt down’(사냥하다)라는 표현을 썼다. 여러 활동가와 변호사들이 씁쓸해했다. 이 문장은 곧 바뀌었지만, 법무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10대 때 4년 동안 외국에서 보냈다고 들었다. 외국 생활 경험과 지금 활동이 연관이 있나.
“아주 얕은 수준의 정서적 공감대가 있는 듯하다.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선주민과 이주민이 나뉘어 사회 통합에 실패했다. 한국도 현재 출생률을 보면 이주민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민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이주민 2세대, 3세대가 지금처럼 차별받으며 자라면 이 사회에 어떤 감정을 갖고 어떤 발언을 할까. 그리고 우린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각 가정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질문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함께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프로보노(pro bono)를 비롯해 기부·나눔·자원봉사·사회공헌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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