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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사랑해’ 해봐” 심평원 인성 면접서 나온 황당 질문

중앙일보 2019.06.30 06:00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뉴스1]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뉴스1]

“영어를 그렇게 잘해요? 그럼 어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영어로 말해봐요.”

지난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신규 직원 공개채용 최종 면접장에서 한 면접관이 여성 지원자 2명에게 이런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심평원 공채에서 일부 면접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날 면접은 병원이 청구한 의료비를 심사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평가하는 전문 지식을 갖춘 심사직 직원을 뽑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필기시험과 2차례의 면접에서 합격한 지원자(3배수)의 인성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심평원 직원으로서의 전문성이나 인성과는 전혀 무관한, 성희롱성 발언이었지만 질문을 받은 지원자들은 그 자리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1~17일 진행된 면접시험은 외부에서 위촉한 면접관 2명과 심평원 직원 1명이 조를 이뤄 진행했다. 전직 대학 교수인 문제의 면접관은 “해당 지원자들이 해외에서 살다온 경험이 있어 영어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한 질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원자 A씨는 “유치원생도 알만한 영어 문장을 물으면서 영어 실력 확인 운운하다니 어이가 없다. 누가봐도 성희롱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그 자리에 있던 심평원 직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면접을 마친 뒤에 해당 면접장에 있던 지원자 6명에게 직접 전화로 사과했다”라며 “면접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면접 위원으로 위촉했다. 외부 인재풀에서 모셔온 분이 그런 문제를 일으킬줄은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면접에서 나온 부적절한 발언은 이 뿐 만이 아니었다. A씨는 “면접관이 지원자들이 있는 자리서 ‘아침부터 나긋나긋한 여자들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또 자살률 관련 질문을 하면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어딘지 아느냐”고 물은 뒤, “강원도”라고 언급하면서 “강원도가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산이 많아서다, 산을 보면 빠져들고 싶은 충동이 들어 자살을 한다”는 사실과 맞지 않는 지역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면접에는 522명이 응시했고 174명이 최종 합격했다. 일부 지원자 가운데서는 “문제의 면접관이 한 평가는 배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해당 면접관이 다른 면접에서는 큰 문제 없었던 것 으로 알고 있다. 논란이 된 질문과 답변이 지원자의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지난 4월 필기 시험 과정에서도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답안지가 잘못 배포되는 바람에 전체 지원자 1135명이 재시험을 치렀다. 당시 김승택 심평원장이 “일부 고사장에서 답안지 배포 및 교체과정의 혼란으로 응시생에게 심려를 끼쳤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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