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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자판기 만든 '유통 달인' 청송사과유통공사, 8년만에 폐업

중앙일보 2019.06.30 06:00
한 시민이 서울시청에 설치된 사과자판기에서 사과를 뽑고 있다. [중앙포토]

한 시민이 서울시청에 설치된 사과자판기에서 사과를 뽑고 있다. [중앙포토]

사과자판기를 개발해 ‘유통의 달인’으로 불렸던 청송사과유통공사가 비리로 얼룩져 설립 8년 만에 결국 문을 닫게 됐다. 농민들은 “사과 수확 철이 다가오는데 청송사과유통공사를 대신할 투명한 유통 경로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걱정하고 있다.  
 

2015년 사과 판매기 등으로 인기 끌었지만
군수와 경영진 뇌물 비리 드러나 내리막길
농민 "투명한 사과 유통 경로 만들어 달라"

경북 청송군은 다음 달 주민설명회와 임시주총을 열어 사과유통공사 법인 해산 안을 결의하고 8월까지 청송사과유통공사의 해산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2011년 8월 청송군 예산 60%와 민간인 투자 40%로 설립된 청송사과유통공사는 청송 사과의 유통 경로 역할을 해왔다. 2014년도에는 청송 사과 생산량의 10%(4만6000t)인 4600t을 처리해 3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2015년 7월 청송 사과 유통공사에서 야심 차게 내 논 사과자판기는 주왕산·경북도청 등에 설치돼 주말 평균 매출 30만원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4년 12월~2017년 1월 청송사과유통공사의 각종 비리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청송유통공사 전 사장 등 임직원 5명은 청송군수에게 1200만원을 준 혐의(뇌물공여 등)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사과 2278상자를 자신의 명의로 지인들에게 선물로 보내고 그 대금 1억1130만원을 군 예산으로 집행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구지법 의성지원은 지난해 11월 돈을 받은 전 청송군수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전 사장에게 같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경영진의 비리가 드러나자 농민들은 청송사과유통공사에 사과를 맡기길 꺼렸다. 지난해 청송 사과 생산량은 6만2000여t이었으나 공사를 거쳐 유통된 것은 6%(3700여t)에 불과했다. 지난해 공사 결산 결과 누적 적자가 6억3257만원으로 총 자본금 22억2000여만원의 28.5%에 이르렀다. 지난해 새로 취임한 경영진도 얼마 뒤 사퇴했다. 올해 예상 누적 적자는 10억원이다. 남은 직원은 6명이다.  
 
청송군은 앞으로 청송 사과를 어떻게 유통할지 고심하고 있다. 농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군에서 맡아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청송군은 그렇게 하면 또다시 청송사과유통공사와 비슷한 길을 걸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우영화 청송사과협회장은 “민간 업체에 맡기면 가격 경쟁력이나 투명성이 떨어지기에 농민의 입장에서는 민간 업체보다는 군에서 다시 센터 등을 차려 운영하길 바란다”며 “다음 단계가 어떻게 될지 청송군과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송군 관계자는 “곧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라며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농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사의 직원과 자산을 정리한 뒤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민간 업체 등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군과 민간 업체, 농민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장흥섭 경북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공공 영역의 회사는 공격적으로 경영하기가 어려워 수익을 내기가 어렵고 문제가 생기면 크게 흔들리고 적자가 나기 일쑤”라며 “민간 업체 선정이 어려우면 군·농민·민간업체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청송=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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