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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제주서 동시다발 ‘살찐 고양이 조례’ 추진

중앙일보 2019.06.30 05:00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뉴스1]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뉴스1]

서울시와 경기도, 제주도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기관·공기업 임원의 연봉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의회가 지난 5월 공공기관의 임원 임금 최고액을 최저임금제와 연계하는 조례안을 공포한 이후 이른바 ‘살찐 고양이 조례’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움직임이다.
 

공공기관장 최고임금 제한하는 내용
부산서 ‘기관장 1억4659만원’ 공포
“소득 격차 개선 위한 최소한의 장치”

서울시의회 권수정 의원(정의당·비례)은 ‘서울특별시 공공기관 임원 최고임금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27일 대표 발의했다고 30일 밝혔다.  
 
권 의원이 내놓은 조례안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임원의 총액 임금을 최저임금의 6배 이내로 제한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월 환산액이 174만5150원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교통공사·서울도시주택공사 등 시 산하 공공기관장의 연봉 상한선은 약 1억2565만원이 된다. 기본급과 고정수당, 실적수당,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합산한 기본 연봉과 성과급을 포함하는 금액이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상당수 기관장의 연봉이 삭감돼야 한다.  
 
권 의원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와 일반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임원의 최고임금 상한을 정해 소득 격차를 시정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진에게 지급되는 최고임금 상한선을 두는 법안을 ‘살찐 고양이법’이라고 부른다. 재산 욕심이 지나치게 많은 기업가나 특권계층을 ‘살찐 고양이’라고 부른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프랑스·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법제화돼 있다. 프랑스의 경우 공기업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해당 기업 최저 연봉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최고임금법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간기업 경영진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은 10배, 국회의원은 5배 이내로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강은비 부대표 및 정의당 광역의원들이 지난 5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최고임금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강은비 부대표 및 정의당 광역의원들이 지난 5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최고임금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부산시의회가 지난 5월 국내 처음으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과 임원의 연봉 상한선 조례를 공포해 주목받았다. 기관장은 최저임금의 7배(약 1억4659만원), 이사·감사 등 임원은 6배(약 1억2565만원)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자·출연기관 등에 대해선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성과는 미흡한데다 지나치게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여론이 있어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광주·전남·전북 등에서도 주로 정의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고임금 조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지난 27일 이혜원(정의당·비례) 의원이 ‘경기도 공공기관 임원 최고임금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부산시와 같은 수준인 최저임금의 7배(1억4659만원) 이내로 연봉 상한선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제주도의회에서도 지난 17일 고은실 의원(정의당·비례)이 “산하 공공기관장의 임금이 서울, 경기 다음으로 높다. 임금 상한선을 제한하는 최고임금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권수정 의원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주민의 생활편의를 돕고,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운영되는 지방 공기업 임원부터 소득 격차를 줄여 민간까지 파급되길 기대한다”며 “지속해서 벌어지는 임금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구동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장희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으로 확산할 경우 반시장주의라는 논란을 부를 수 있고, 경영 위축을 부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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