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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공성룡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공성룡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학 시절 별명은 ‘박도덕’, ‘박교과서’였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대행을 맡으며 학생운동에 투신한 그를 주변에서 그렇게 불렀다. 반듯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재미없는 입바른 소리를 많이 했다. 2011년에 출간한 자서전의 제목도 ‘진심에 바뀌고 진실이 이긴다’였다.
 
재선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진심과 진실이 통한다고 믿는다. 그 신념이 뚝심이 됐다. 2012년 총선 때 서울 중랑을 공천에 무려 8명이 도전장을 냈는데 박 의원은 당시 친노 직계이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제치고 본선행 티켓을 따낸 후 당선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박원순 후보 캠프 중랑구선대본부장을 맡아 목이 쉬도록 지원 유세를 했다. 3선의 박원순 시장이 가장 믿는 동지 중 한 명이다. 신뢰도가 곤두박질치는 국회에서 ‘진심 정치’를 밀어붙이는 그를 밀착마크했다.
 
1992년 경희대 총학생회장 시절 박홍근 민주당 의원의 모습. [사진 박홍근 의원실]

1992년 경희대 총학생회장 시절 박홍근 민주당 의원의 모습. [사진 박홍근 의원실]

 
28일 여야는 가까스로 국회를 열었지만, 앞서 80일 넘게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하자 박 의원은 무기한 국회 농성을 했다.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 위원장으로서 민생입법 처리를 요구했다. 지난 24일 여야가 합의문을 발표해 7일 만에 농성을 접었으나 2시간 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뒤집혔다. 그는 최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자신이 대표발의한 ‘반쪽국회 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자고 역설했다. ‘짝수달 1일 임시회 개회’를 의무화하고, 교섭단체 간 의사일정 협의를 피하거나 교섭단체가 합의한 의사일정에 불출석하면 해당 월에 세비를 주지 말자는 내용이다.  
 
‘반쪽국회 방지법’과 비슷한 법안이 과거에도 그냥 폐기됐다.
국민의 매서운 눈초리가 있을 때, 여론이 들끓을 때 법안 처리의 속도는 달라진다.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그랬다. 지금 추진 중인 ‘유치원법’도 마찬가지다. 정 안되면 21대 국회부터라도 적용하면 되니, 통과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박홍근(앞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생입법 통과 및 국회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박홍근(앞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생입법 통과 및 국회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야당일 때는 왜 추진 안 했나. ‘내로남불’ 아닌가.
아마 그때 국민이 이 정도로 국회를 불신했다든지 이렇게까지 국회가 장기 공전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은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마치 벌레 보듯 고개 돌리는 분들이 많지 않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가중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법안 처리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설령 우리가 나중에 야당이 되더라도 적용해야 한다.
 
박 의원은 지난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조선ㆍ자동차 하도급 업체 관계자들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가게 되자 후임 위원장에게 지금까지의 공정경제 기조를 더욱 강화해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박 의원과 김상조 실장은 텔레그램 등으로 자주 소통하는 사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관련 민생단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관련 민생단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김상조 정책실장 임명이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
제가 시민단체에 있을 때부터 잘 아는데 진보적 경제학자이지만 합리적 주장을 해왔다. 현 정부 장관급 인사 중 국회와 가장 소통을 많이 해온 분이라고 본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이 공정경제인만큼 세 가지 축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역할을 잘해낼 적임자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경질된 것으로 봐야 하나.
경질이라고 보진 않는다. 아무래도 김 전 실장이 부동산과 주택 분야 전공이다 보니 사회정책 위주로 해왔는데, 이제는 경제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 아니겠나.  
 
지난 1월 11일 박홍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전북 전주시청 광장 조명탑에 설치된 김재주 민주노총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의 고공농성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11일 박홍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전북 전주시청 광장 조명탑에 설치된 김재주 민주노총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의 고공농성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박 의원은 당내에서 택시와 카풀, 타다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몇 안 되는 의원 중 한명이다. 섣불리 손대면 욕먹기에 십상이라 나서기를 꺼리는 일이다. 박 의원은 택시업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등 자정 기능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고 혁신도 당연히 필요한 거지만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왜 이렇게 분개하는지 살펴보고 택시 산업을 먼저 혁신시키는 쪽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초기에 그런 부분이 좀 미숙했다”고 말했다.
 
카풀은 TF라도 만들었는데 타다 이슈에는 당이 침묵하는 것 같다.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순간 정부·여당은 혼선, 이견 이러면서 또 두들겨 맞지 않나. 열린우리당 시절을 거쳐오며 트라우마 같은 게 있다. 의원들이 약간 체화가 돼 있고 저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개별적으로 장관을 만나서 하거나 비공개 당정, 비공개 의총을 통해 한다. 공개적으로 주장하면 저는 당장 택시업계의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결국 우리 안의 갈등을 표출해 당이 더 어려워지게 하는 꼴이 되지 않나. 그런 건 잘 분별해서 해야 한다고 본다.
 
2012년 여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왼쪽)가 모교인 경희대에서 열린 야외 토크콘서트에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 박홍근 의원실]

2012년 여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왼쪽)가 모교인 경희대에서 열린 야외 토크콘서트에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 박홍근 의원실]

 
박 의원은 최근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친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보도자료를 내고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농성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우리공화당의 광화문 천막 농성, 공권력 개입이 정당한가.
저도 그 앞을 자주 지나다니는 데 불편하고 두렵다. 혹시 내 얼굴 알아보고 누가 욕할까 싶고, 실제 지나다니는 행인이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무슨 치외법권, 무법천지처럼 돼 있다. 세월호 천막과 계속 비교하는데 세월호 천막 앞을 지나갈 때 무서웠나.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미안했지. 절차적으로도 정당하고 국민 정서나 여론과 괴리가 없는 세월호 천막과 자신들을 똑같이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순하고 불결하다고 생각한다.
 
‘박원순계’ 의원이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한 것 아닌가.
박원순 시장과 가까워서가 아니라, 한 명의 시민으로서도 시장이 더 단호하게 대응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공화당 대표라고 하는 조원진 의원이 원숭이 인형의 엉덩이를 막 때리는 저급한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희희낙락거린다. 유치원생도 안 할 일들을 소위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국민 앞에서 버젓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얼마나 꼴사납고 낯부끄럽나. 이제는 정말 에누리 없이, 서울시의 행정력과 중앙정부, 특히 경찰의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2016년 겨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촉구 촛불집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웃고 있다. [사진 박홍근 의원실]

2016년 겨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촉구 촛불집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웃고 있다. [사진 박홍근 의원실]

 
박원순계라는 라벨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저는 의리로 누굴 도운 적이 없다. 관계로만 보면 지난 대선 때 경희대 선배인 문 대통령을 도와야 했지만, 박 시장을 택했다. 새로운 시대를 열려는 잠재력을 봤기 때문이다. 박원순을 통해 대한민국의 틀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관건은 과연 국민이 원하는 리더십의 형태와 맞느냐다. 그 간극을 좁히면 일할 기회가 올 것이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박 의원의 최근 별명은 ‘고공 농성 해결사’다. 지난해 10월 을지로위원장을 맡은 이후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인 파인텍의 노사 갈등을 집요하게 중재한 끝에 노조가 426일 만에 고공 농성을 풀도록 했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 고공 농성, 민주노총 택시노조 전북지부장의 고공 농성 해제에도 기여했다. 박 의원은 “을지로위는 무조건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갑의 과도한 힘은 빼고, 을의 무리한 요구는 낮춰서 공평한 관계를 만들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지난해 11월 자영업단체에서 받은 감사패가 잘 보이는 곳에 놓쳐 있다. 공성룡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지난해 11월 자영업단체에서 받은 감사패가 잘 보이는 곳에 놓쳐 있다. 공성룡 기자

 
그의 의원회관 사무실은 국회와 각종 단체에서 준 상패로 가득했다. 그중 가장 아끼는 건 지난해 11월 자영업자들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에 앞장선 공로로 받은 감사패다. 박 의원은 “기대했던 것보다 카드 수수료가 대폭 낮아져 백방으로 뛰어다닌 보람이 있었다”며 “이 감사패를 볼 때마다 이런 정치를 계속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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