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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국가채무비율의 오해와 진실…공기업 부채 더하면 GDP 대비 60% 넘어?

중앙일보 2019.06.30 00:03
국민계정 기준연도 바꾸면서 38.2%→35.9%… 정부·여당 “돈 더 풀어야” 추경 압박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적 포용 국가’의 성과를 내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채무비율(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이 정치권과 학계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국가채무비율 논란의 발단은 5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지금은 좀 바뀌었지만, 그때만 해도 지난해 국가채무비율이 39.5% 정도로 추산됐으니 사실상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는 곤란하다는 취지였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40%에 대한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고 한다. 국가채무비율 논란은 이렇게 시작됐다. 나라 빚이 얼마나 되고, 나라 살림을 걱정해야 할 정도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국가채무비율 논란이 정치권과 학계로 번졌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 논쟁이 한창이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국가채무비율 40%’가 과연 마지노선인지의 여부다. 이 같은 논란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일부 학자와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미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섰다며 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추경으로 나라 빚이 더 늘어 머지않아 나라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심지어 ‘국가 부도’라는 말도 나온다. 반대로 여권을 지지하는 학자의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논쟁의 무의미함을 꼬집기도 한다. 핵심은 재정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쓰이느냐에 있지 GDP 대비 나라 빚 비율이 몇 %인지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의 논란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 40%’ 논쟁
논란이 엉뚱하게도 ‘마지노선 40%’에 모아지고 있다.
 
 
“사실 40%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다. 어떠한 이론적 근거도 없고, 경제학계의 정설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다수가 동의하는 기준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2002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17.6%로 40%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가채무비율은 2003년 20%, 2009년 30%를 돌파했다. 40%대 초반은 단순히 심리적인 저항선에 불과한 데다, 관련 수치 자체도 기준년 개편에 따라 요동을 친다. 40%라는 숫자 자체가 재정 건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기구는 국가채무비율은 60% 정도를 재정 건전성 여부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또 유럽연합(EU)은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을 통해 일반 정부부채 기준 채무비율을 GDP 대비 60%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 협약을 주도한 독일 등 많은 EU 국가가 이를 잘 지키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40%라는 숫자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4년 전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할 때 쓴 개념이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9일 당시 제1야당 새천년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016년 예산안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졌다”고 비판했다. 당시 정부가 총지출 386조7000억원 규모의 ‘2016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하자 “재정건전성 회복 없는 예산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 발언이었다. 당시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GDP 대비 40%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 국가채무비율은 최종 38.2%였다. 4년여 만에 공수는 뒤바뀌면서 정부가 되레 ‘40%’라는 숫자의 공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추경을 하면 결국 빚만 늘리는 거 아닌가.
 
 
“버는 돈에 비해 쓰는 돈이 많으면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5월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첨부한 [추경예산안이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총량에 미치는 효과 및 관리방안]에 따르면 올해 추경으로 총수입은 3000억원 증가한 476조4000억원, 총지출은 6조7000억원 증가한 476조3000억원으로 총수입이 총지출보다 불과 1000억원 많다. 그런데 2020년부터는 총수입(504조1000억원)이 총지출(504조6000억원)보다 적어짐에 따라 적자예산이 된다. 2021년에는 총수입(525조4000억원)보다 총지출(535조9000억원)이 10조원 이상, 2022년에는 총수입(547조8000억원)보다 총지출(567조6000억원)이 약 20조원 더 많아진다. 이만큼 고스란히 빚을 져야 하는 셈이다. 국가채무는 올해 731조8000억원, 2020년 781조7000억원, 2021년 833조9000억원, 2022년 888조7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빚이 계속 늘어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괜찮은 건가.
 
 
“국가채무비율은 미국 105%, 일본 2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 등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35.9%다. 5월 열린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 때만 해도 38.2%였는데, 한국은행이 최근 국민계정의 기준연도를 2010년에서 2015년으로 개편하면서 2.3%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GDP가 111조원 늘어난 때문이다. GDP는 늘었지만 국가채무는 680조7000억원으로 동일하다. 기준연도 변경은 국민계정의 기초가 되는 인구주택총조사, 경제총조사, 실측 투입산출표 등을 2010년 통계에서 2015년 통계로 ‘업데이트’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5년마다 이렇게 국민계정의 기준연도를 개편하는데, 그동안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신상품이나 신산업 등이 포함되면서 2015년 GDP가 기존보다 94조원 늘어난 1658조원이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6%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과거에도 국민계정의 기준연도를 바꿀 때마다 발생했던 일이다. 국가채무비율이 30% 중반대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숫자 ‘40%’에 대한 논란은 다소 무색해졌다.”
 
 
인구구조 변화와 공기업 부채 등 감안해야
그런데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뭔가.
 
 
“통계적으로는 논란이 무색해진 게 맞지만 정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국가채무비율이 낮아지면서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 여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재정 여력이 더 커졌다”고 언급하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6월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홍남기 부총리 등과의 오찬에서 “국가채무비율이 하향 조정돼 (재정 건전성에) 여지가 생겼으니 그런 것을 감안해 재정 운용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을 더 풀라는 얘기다. ‘나랏빚 증가→국가채무비율 상승→경제 성장으로 GDP 증가→국가채무비율 하락’의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6년 “주요 국가가 재정을 현재와 비교해 GDP 대비 0.5%를 매년 꾸준히 더 써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OECD는 나랏빚을 늘릴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3~4년간 상승할 수 있지만, 이후 안정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다시 낮아진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확장적 재정 정책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계속 국가채무비율을 언급하면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빠른 고령화, 취약한 연금구조, 둔화하는 성장률을 근거로 ‘가만히 있어도 미래에 나랏빚이 폭증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을 유지하자’는 쪽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한국은 GDP 대비 225%까지 빚을 늘릴 수 있지만, 고령화와 복지 지출을 감안하면 40% 수준을 지켜야 한다”고 권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공기업 부채 등을 감안하면 재정 확대는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실제 국가채무비율이 60%가 넘는다고 주장하는데.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6월 17일 성명을 내고 실제 국가채무비율이 60%를 훨씬 넘는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 외에도 이 같이 주장하는 야당 의원이 적지 않다. 일부 언론도 실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60%가 넘는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이해하려면 나라빚의 종류부터 알아야 한다. 나라빚에는 국가채무(D1), 일반정부부채(D2), 공공부문부채(D3)가 있다. D1은 중앙·지방정부 채무로 흔히 얘기하는 국가채무비율의 기준이 되는 빚이다. D2는 D1에 국민연금공단·건강보험공단 등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다. 이걸 포함한 국가채무비율은 2017년 기준 42.5%다. D3는 D2에 한국전력·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비(非) 금융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것으로 2017년 기준 60.4%로 60%를 살짝 넘었다. 정 의원 주장처럼 60%를 훨씬 넘는다는 것은 D3에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 부채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공기업의 부채도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므로 이를 포함해야 하고, 이를 포함하면 60%를 훨씬 넘는다는 게 정 의원 등 야당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공기업의 부채는 법적으로 정부가 보증을 선다. 즉, 이들이 채무이행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대신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가부채를 언급할 때 D3에 금융공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D3 기준 국가채무비율은 2014년 65%까지 치솟은 뒤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추세를 봤을 때는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채무비율(D1)보다 실제(경제적으로) 나라 빚을 더 잘 반영하는 기준인 공공부문 부채는 2014년을 기점으로 매년 하락해 201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령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와 국가채무비율과는 무슨 관계인가.
 
 
“빠른 고령화 등은 결국 정부의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지비 지출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일로여서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나빠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올해 D1 국가채무비율을 39.5%로 보고 있다. 여기엔 경상GDP가 3.9% 증가한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경상 GDP 증가율이 2%대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놨다. KDI 전망대로면 국가채무비율은 당장 올해 40%를 돌파한다. 세금 수입 감소도 우려된다.
 
 
지난해 정부가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렸음에도 국가채무비율이 제자리걸음한 것은 세수가 전년보다 8.1% 증가한 덕이 컸는데, 올해는 3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0.2% 쪼그라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복지 사업과 같은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의무지출은 재정 지출 근거와 요건이 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감축하기 어려운 예산이다. 의무지출은 2015년 전체 지출 중 46.4%였으나 작년 50.7%까지 올랐다.”
 
 
미국·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부채비율이 220%인 일본의 예를 들면서 한국은 양호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는 양국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주장이다. 일본은 정부 채무 대부분을 일본 국민이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 외국인이 국채를 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위험하면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에도 수천억 달러가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어 위험하다. 또 한국은 위기 때 돈을 마구 찍어낼 수 있는 미국 같은 기축통화 국가도 아니다.”
 
 
금융시장 상황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결과적으로 나라빚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비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증가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올린다면 이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재의 채무 수준이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부분에서 우려할 만한 사실은 한국의 채무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빠르다는 점이다. 2000~2017년 OECD 32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네 번째로 높은 증가율(11.5%)을 보인다. 우리보다 증가 속도가 빠른 나라는 라트비아·룩셈부르크·에스토니아 같은 GDP 규모가 굉장히 작은 나라뿐이다. 여기에 재정 건전성 악화를 견딜 기초체력(펀더멘털)까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며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연 3% 성장은 당연하게 여겨졌던 게 불과 1년 전인데, 잠재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높아지면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또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다만 아직은 3년물 국고채 금리가 연 1.8% 수준으로 낮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2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2007년 국가채무비율은 28.7%, 3년물 국고채 금리는 5.2%였는데, 10년이 지난 2017년에는 각가 38.2%, 1.8%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빚은 늘었지만 금리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이자 상환 부담이 준 만큼 빚의 절대치에 집중하기보다 금융시장의 동향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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