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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백인 노동자 표만 챙긴다? "트럼프에겐 G20도 선거 유세장"

중앙일보 2019.06.29 05:00
오늘(29일) 한국에 도착하는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의 머릿속은 온통 ‘재선’이라는 단어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28~29일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에 도착한다. 앞서 지난 18일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재선을 목표로 선거 활동을 공식 시작한다”고 발표하고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선거 활동의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는 이날부터 ‘재선 모드’에 들어갔다. 국민의 표로 선출되는 민주 국가의 정치인에게 다음 선거는 종교나 이데올로기나 다름없다. 그의 말 한마디, 결정 하나가 모두 재선과 관련한 ‘의도된 행동’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18일 재선 출마선언, 27~29 G20 정상회담
미중정상회담 마치고 방한 북핵문제 논의
미중무역전쟁·북핵·이란 재선에 이용 우려
재선 출정 연설서 ‘제도권 파괴자’ 모습
보호무역주의·반이민 내세워 지지자 결집
복수 후보자 난립 민주당 상대 KO승 목표
실업률 낮고 경제성장률 좋아 유리한 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장마 비가 내리는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우산을 쓰고 트랩에서 내려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장마 비가 내리는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우산을 쓰고 트랩에서 내려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선 출마 선언 9일 만에 G20 참석  

AP통신과 CNN방송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여러분들을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며 강한 재선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대선에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트럼프는 이번에는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보호무역주의를 비롯한 자신의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재 23명의 예비 후보자가 난립한 민주당을 상대로 재선에서 KO승을 거두고 자신의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트럼프의 이런 의지는 G20 정상회의 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G20 개막 하루 전인 27일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트럼프는 2박3일간 오사카에 머물며 9개국 정상과 회담했다. 27일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와 회담을 시작으로 28일엔 주최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함께 만났다. 이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우 대통령 등 하루에 무려 5개국 정상과 회담했다. 
29일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각각 만난 뒤 G20 정상회의가 폐막하는 대로 서울로 이동한다. 말이 양자 회담이지, 심도 높은 논의로 갑론을박이나 토론을 거칠 수 있는 일정이 아니다. 주요 의제를 확인하고 일방적으로 언급하는 정도의 ‘대면 행사’다. 만나는 것 자체가 친분을 과시하거나, 현안을 압박하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G20 행사를 재선 선거운동에 활용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28일 이러한 트럼프의 일정에 대해 “2020년 대선을 의식해 ‘미국 제일주의’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각국 정상과 G20 정상회의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국은 동맹국과의 교역에서 거액의 무역 적자를 떠안으면서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불만을 나타냈다.  
요미우리는 지난 2016년 대선 때 백인 중산층의 위기감을 교묘하게 부추겨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트럼프가 지난 18일 재선 출마를 밝히고 선거 모드로 들어가면서 그런 주장을 다시금 강조하며 동맹국을 비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지난 26일 폭스 비즈니스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미국이 공격당해도 일본은 도울 필요가 전혀 없으며 소니 텔레비전으로 보기만 하면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전했다. 아울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독일에 대해서도 “필요한 부담을 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여러 나라와 협의해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주는 일에는 관심이 희박하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의 외교상 최대 과제는 각국과 무역문제에서 진전을 이뤄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무역 마찰이 심각해지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 실현을 강하게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가 지난 26일 인도의 모디 총리에 대해 “미국에 오랫동안 대단히 높은 관세를 부과해왔는데 이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철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트윗을 날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도는 미국이 지난해 초 철강·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1일 63억 달러 규모의 인도 수출품에 부과하던 개발도상국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중단하자 지난 16일 아몬드·호두·사과 등 26개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올렸다. 트럼프는 미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싸우는 ‘경제 전사’ 이미지를 연출하면서 G20을 미국 유권자의 표를 모으는 선거운동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내년 재선 도전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내년 재선 도전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치 양극화 시대, 민주당 비난으로 재선 포문

트럼프는 자신을 재선으로 이끄는 것은 그에게 투표하는 유권자의 표이지, 외국 정부나 국제 여론, 또는 그에게 적대적인 미국 내 주류 언론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대시하는 ‘정치적 분열의 시대’ 내 편이라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무조건 지지하는 ‘정치적 양극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걸맞게 18일 재선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트럼프는 약 80분간 출마 연설을 했는데, 그 절반을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비판의 핵심은 민주당이 좌경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좌파나 사회주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미국 보수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민주당 비판이다. 이날 ‘현직 대통령 트럼프’는 ‘정치적 이단아’로서 워싱턴 기성 정계에 도전했던 2016년 대선 때와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는 ‘제도권 파괴자’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특히 임기 초반 내내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 언론들이 제기해 자신을 괴롭혔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대표적인 민주당 지지 언론인 뉴욕 타임스가 트럼프 측이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러시아가 해킹과 가짜 뉴스의 소셜미디어 확산 등을 통해 트럼프를 도왔다는 의혹이다. 그 뒤 민주당은 연방수사국(FBI)의 트럼프 수사를 촉구하면서 전면적인 정치 공세에 나섰다. 그 뒤 트럼프가 이를 수사하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2017년 5월 9일 해임하면서 관련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법 방해 의혹까지 보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2020년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자리에서 한 소년이 트럼프의 내년 재선 선거온동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쓰고 트럼프를 그려넣은 2020달러 모의 지폐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2020년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자리에서 한 소년이 트럼프의 내년 재선 선거온동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쓰고 트럼프를 그려넣은 2020달러 모의 지폐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특검이 내통 증거 못 찾자 “마녀사냥”

급기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트럼프 비판에 가세하면서 미국 법무부는 5월 17일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을 특별 검사에 임명했다. 뮬러 특검은 22개월에 걸친 수사 결과 지난 2월 의회에 제출했지만, 트럼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증거는 결국 찾지 못했다. 의심은 가지만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기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사실상 면죄부를 얻은 트럼프는 민주당과 진보계 언론을 비판했다. 뮬러 특검은 5월 31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진 않았지만, 그가 무죄임을 밝힌 것도 아니라”라는 발언으로 사태를 정리했다. 증거를 찾지 못해 기소는 할 수 없었지만, 의혹을 푼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재선 출정 연설에서 자신이 무죄가 밝혀졌으며 이는 민주당과 그 지지언론들이 벌인 ‘마녀사냥’이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경제 사안과 관련해 자신의 지지층에게 새로운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콘크리트 지지층’을 염두에 둔 내용을 앞세웠다. 우선 자신이 취임한 뒤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인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와 이민자 유입을 막을 국경 장벽 건설을 비롯한 대선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현직 프리미엄, 열광적 지지층, 경제 호조 이점

하지만 트럼프는 현직의 이점과 열광적인 지지층, 경제 호조라는 삼박자 호재를 누리고 있다. 경제 상황은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다. 걸프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공화당의 조지 HW 대통령도 경제 실적에 발목이 잡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하는 선거 구호를 들고 나온 민주당의 빌 클린턴에게 밀렸다.  
이런 덕분인지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원 사이의 지지율은 90%에 접근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린다. 트럼프 재선 캠프는 올해 1~3월에만 3000만 달러의 헌금을 모았을 정도다. 모금자의 99%가 소액후원자다. 트럼프에 대한 풀뿌리 지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와는 별도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산하의 단체들은 같은 기간 46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는 선거가 없는 해에 모금한 액수로는 최고치다. 트럼프 진영이 2017년 취임 이후 모금한 정치자금은 1억6500만 달러를 넘는다.
 

트럼프노믹스, 실업률 낮고 성장률 높아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6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난 51년 새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실업률은 현재 근래 보기 드물게 낮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5월 현재 3.6%로 2009년 1월 이래 최저다. BLS는 자체 웹사이트에 2009년 1월 이후의 월별 실업률을 밝히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미국의 월별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에 이른 것이 최고치다. 그 뒤로 꾸준히 떨어져 2013년 11월 6.9%로 6%대에 진입했고, 2014년 9월 5.9%로 처음으로 5%대에 접어들었다. 그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마지막 해인 2016년 4.7~5.0%를 오갔다. 트럼프가 취임한 2017년 미국의 실업률은 4%대를 유지했으며 2018년 4월 3.9%로 처음으로 3%대에 떨어진 뒤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다.  
트럼프가 자랑할 만도 하지만 이것이 트럼프의 경제정책 덕분인지는 불명확하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트럼프 경제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CNN이 4월 25~29일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의 경제 분야 지지율은 56%에 이르렀다.  
트럼프 집권 이후 경제성장률도 좋아 재선에 더욱 유리한 국면이다. 2019년 1/4분기에 3.21%를 기록해 2018년 2.97%, 2017년 2.47%에 이어 계속 상승세다. 최소한 민주당이 트럼프를 향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구호는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 호조와 낮은 실업률, 그리고 임금 상승은 트럼프의 지지를 받치는 3대 기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기념 촬영을 위해 이동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게 말을 걸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기념 촬영을 위해 이동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게 말을 걸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감세 등 경제 공약 이행에 주력

트럼프의 공약 이행 상황을 점검해보면 트럼프가 얼마나 경제 문제에 신경 썼는가를 알 수 있다. 우선 그는 대표적인 경제 공약인 대형 감세를 실천에 옮겼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대대적인 감세 법안을 2017년 10월 1일 의회에 제출하고 이를 통과했다. 연방 법인세를 세계 최고 수준인 35%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20%로 대폭 낮추고 기업의 자본 투자에 대해 최소 5년 동안 세금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다. 미국 법인세는 연방 징수분이 35%로 실효 세율은 38.92%에 이른다. 연방 세율을 20%로 줄이면 전체 실효 세율은 24%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를 낮추면서 외국으로 나간 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유턴’ 정책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해서 기업 유치와 투자가 늘면서 일자리도 늘고 경제성장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이다. 감세 규모는 10년 동안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투자를 촉진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트럼프노믹스의 핵심 정책이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30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세제 개혁이다.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대외 공약 진척 없어도 중국에 관세는 부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 및 멕시코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손보겠다는 공약도 현재 진행 중으로 거의 완성 단계다.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공약은 지키지 못했지만, 중국을 상대로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전쟁이 한창이다. 따라서 이 공약도 현재 진행 중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대형 인프라 투자로 미국 국토를 재건하고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공약은 아직 적극적으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  
외교 문제는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상당수가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은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실천했다. 이스라엘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점령지인 골란고원의 한 정착촌 이름을 ‘트럼프 하이츠’로 고쳐 붙인 것은 그 결과다.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아직 진전은 없다. 북한의 비핵화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고 여전히 교착 상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노력한다는 인상을 주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을 것이다. 사실 미국 유권자들에게 북핵 문제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소재다. 미국 보수파들이 주장하는 이란 핵 합의 이탈은 실천했다. 하지만 이를 대신한 새로운 합의는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보수 유권자들에게 이란 핵 합의 이탈은 인상적인 공약 이행 활동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핵 합의는 유권자들이 그리 흥미를 느낄 사안이 아닐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막한 G20 정상회의 에서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막한 G20 정상회의 에서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지층에 충실한 정책 추진

멕시코와의 장벽은 현재 건설 중이다. 건설 비용을 멕시코에 물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했고, 민주당의 반대로 연방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자 비상사태까지 선언하는 무리수를 둬가면서 기어이 예산을 얻었다. 해외와 미국 내 자유주의적 유권자들에겐 트럼프의 무리수와 실수로 보였지만 지지자들에겐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비쳤을 것이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권력을 부여한 것은 자신에게 투표한 유권자이지 클린턴에게 표를 던졌던 자유주의적 민주당 지지 유권자나 선거권도 없는 외국이 아니다.
트럼프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하는 무리한 결정에 이어 미국의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정책을 취했다. 지지자를 염두에 둔 결정과 정책 추진이다. 미국 사법부과 관련해 연방 대법원에 보수적인 법관을 기용하겠다는 공약도 지켰다. 다만 오바마 케어를 폐기하겠다는 공약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추진을 포기 또는 보류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충실했던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장마 비가 내리는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우산을 쓰고 트랩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장마 비가 내리는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우산을 쓰고 트랩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뭘 해도 트럼프 지지하는 40% 콘크리트 지지층

그런데도 트럼프에 대한 여론의 전반적인 지지는 그리 높지 않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5월 10~11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지율은 44%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6월 16일 사점에서 그동안 나왔던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치를 낸 결과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44%에 그쳤으며 54%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물론 버니 샌더스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선 ‘숨은 지지층’ ‘부끄러운 타는 보수층’이 있어 본선에선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는 경제정책이 높은 평가를 받음에도 잦은 실언과 이민자 등에 대한 불관용적인 발언과 정책, 동맹국들에 대한 무례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트럼프 스타일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눈여겨볼 점은 트럼프가 어떠한 실수를 하거나 무리한 정책을 추진해도 지지율이 40%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보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인 미국 주류 언론의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나 분석이 통하지 않는 부동의 지지층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잘 아는 트럼프는 이번에 재선 출마 선언을 한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오하이오주 등 지난 대선에서 막판 뒤집기로 승리한 주를 내년 대선에도 필사적으로 지키는 선거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공항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공항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지층 요구 보호무역·반이민 유지 전망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중서부의 이른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거기에 더해 일부 고학력층과 여성, 그리도 중도층까지 지지에 가세하면서 예상과 달리 승리를 거뒀다. 당시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보다 득표율에서는 46.1% 대 48.2%로 뒤졌으나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304대 227이라는 큰 차이로 앞섰다. 트럼프는 30개 주에서 승리를 거둬 20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승리를 거둔 클린턴을 눌렀다. 트럼프는 지난 선거에서 자신이 당선하는 데 결정적으로 도와줬던 중서부 지역의 백인 노동자층의 요구대로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주의를 내년 선거에서도 앞세울 것이다.  
한국으로선 이처럼 온통 ‘재선’ 생각밖에 없을 트럼프가 이번에 서울을 찾아 어떤 ‘협상의 기술’을 보일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의 말과 행동이 한반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트럼프의 말과 행동의 한복판에 재선을 향한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외교와 무역, 안보 문제를 재선에 활용하려는 트럼프를 한국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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