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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베 대화 없이 8초 악수…트럼프·아베는 35분 회담

중앙선데이 2019.06.29 00:25 642호 5면 지면보기
오사카 G20 정상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초간의 악수, 그리고 어색한 표정의 사진 2장이 전부였다.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공식 정상회담은 결국 없었다.
 

‘한·미·일 공조’ 일본 브리핑서 빠져
미·일 정상 3개월 연속 매달 만나
트럼프·아베 “북한 문제 길게 논의”
미·일·인도 3국 정상회담도 개최

이날 공개석상에서 한·일 정상의 만남은 개막 전 공식 환영식이 열리는 회의장 입구에서의 악수, 그리고 만찬장에 입장하며 부부 동반으로 포즈를 취한 게 전부였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회의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베 총리에게 걸어가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양국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뤄진 두 정상의 만남이다 보니 다른 정상들의 기념촬영 때보다 카메라 셔터가 더 분주하게 터졌다. 촬영을 마친 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손짓으로 퇴장 방향을 안내했다.
 
문 대통령이 등장해 8초간 악수하고 헤어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총 20초였다. 두 정상은 미소를 보였지만 표정은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베 총리는 다른 정상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포옹을 하고 치아가 보일 정도로 웃기도 했다.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전 대기실 사진도 일부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을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고, 방일 전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도 얘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함께 찍힌 사진은 없었다.
 
이날 오후 오사카성 영빈관 만찬장 입구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부부 동반이었다. 오전의 첫 만남에 대해 일본 언론들도 “냉랭했다”는 반응을 내놓은 상태였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도착하자 문쪽으로 한두 걸음 이동해 문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다시 어색한 악수를 한 뒤 양국 정상 부부는 사진 촬영에 응했다. 표정은 다소 부드러워졌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한·일 정상회담이 끝내 무산된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은 이날 밤 잠시 마주 앉았다.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G20 외교장관 만찬이 끝난 뒤 오후 9시쯤 잠시 따로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한국 측 대응 방안과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반면 미·일 정상은 G20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회의장인 ‘인텍스 오사카’에서 35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최근 잦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말엔 워싱턴DC에서, 5월 말엔 도쿄에서 만났다. 이례적으로 최근 3개월간 매달 만나 정상회담을 한 셈이다. 일본 정부도 ‘3개월 연속 회담’을 언급하며 공고한 미·일 동맹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포함해 양국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장관은 “최근 북·중 정상회담 등 북한 정세를 확인하며 두 정상이 꽤 오랜 시간 면밀하게 입장을 조정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미·일 정상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는 의미다. 반면 미·일 공조와 함께 일본 측 브리핑에 자주 등장했던 ‘한·미·일 공조’라는 표현은 이번엔 아예 빠졌다.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은 대신 지난해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때에 이어 이번에도 미·일·인도 3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에 힘을 불어넣겠다는 아베 총리 의향이 반영된 결과다.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곧바로 열린 미·일·인도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3개국의 파트너십은 지역 안보와 번영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만찬장에서는 헤드테이블에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트럼프 대통령, 왼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맞은편에 시 주석이 앉는 등 한반도 주변 4강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헤드테이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도 함께 앉았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헤드테이블 우측에 마련된 또 다른 테이블 중간쯤에 앉았다. 만찬은 아베 총리 건배사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오사카=서승욱 특파원, 강태화 기자
서울=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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