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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영화 ‘주전장’…일본 우파의 근거 없는 주장 보여줘

중앙선데이 2019.06.29 00:20 642호 22면 지면보기
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일본 뚫어보기’
일본에서 지난 4월 개봉된 위안부 주제 영화 ‘주전장’의 한 장면. [사진 ‘주전장’ 영화배급사 도후(東風)]

일본에서 지난 4월 개봉된 위안부 주제 영화 ‘주전장’의 한 장면. [사진 ‘주전장’ 영화배급사 도후(東風)]

일본에서 지난 4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主戦場)’이 여러 측면에서 화제다. 주전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과 한국, 미국의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편집해 ‘논쟁’처럼 보여 주는 영화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놓쳐 버린 나는 4월 개봉하자마자 도쿄에서 봤다. 이 주제로는 내용이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는 별로 안 했지만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기생충’ 다음으로 재미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에서는 위안부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이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일본 젊은 사람들 “위안부 모른다”
 
영화 ‘주전장’ 출연자들. 일부는 ’감독에게 속았다“며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주전장’ 영화배급사 도후(東風)]

영화 ‘주전장’ 출연자들. 일부는 ’감독에게 속았다“며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주전장’ 영화배급사 도후(東風)]

감독은 1983년생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36). 감독이 직접 내레이션을 맡아서 영어로 진행한다. 그것이 일본에서 받아들이기에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위안부 관련 영화는 일본사람이 만들어도 한국사람이 만들어도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되기 마련이다. 한발 떨어진 곳에서 제3자 입장에서 보는 느낌이 편했다.
 
지난 20일 현재 일본 배급사에 따르면 관객수는 3만6000명을 넘어섰으며 전국적으로 상영 극장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장 개봉 자체가 어렵다. 3만6000이라는 숫자는 독립영화로서는 ‘히트’라고 해도 되는 숫자다.
 
주전장은 영화 자체가 화제지만, 개봉 후 출연자의 일부가 “감독한테 속았다”며 기자회견을 열어 더더욱 화제가 됐다. 이들은 감독이 인터뷰 당시 대학원생이었으며 연구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응했다고 했다. 상업영화로 공개될 줄 알았다면 인터뷰는 거절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주전장’ 영화감독인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사진 나리카와 아야]

‘주전장’ 영화감독인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사진 나리카와 아야]

데자키 감독도 유튜브에 반박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서 감독은 “출연자한테 영화제에 출품하거나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고, 출연자들은 승낙서(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합의서는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 음성 등을 감독이 자유롭게 편집해서 이용하는 것에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나도 인터뷰를 수없이 많이 해왔지만 이 감독처럼 계약서를 만들어서 한 적은 없다. 역시 미국사람이라 다른 걸까.
 
영화 속에서 전개했던 논쟁이 영화 밖으로 나오면서 ‘리얼 배틀’이 관심을 끌고 있다. 나도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인터뷰에 응했지’라는 의문이 들긴 했다. 이들은 주로 ‘우파’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영화는 객관적으로 여러 주장을 보여 주는 것 같지만, 보고 나면 우파의 주장이 근거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자민당 소속 중의원 의원의 예를 들어 보자. 영화 속에서 위안부의 강제연행에 대해 “일본사람들은 ‘이런 일은 거짓말이겠지’하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그럴 리가 없죠. 강제연행 같은 것 할 리가 없죠’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죠”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사람이 그런 나쁜 짓을 하겠어요?’라고 하는 셈이다. 이런 근거 없는 말을 당당하게 해 버리는 국회의원이 있다니……. 불쾌한 걸 넘어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다.
 
한국에서는 스기타 미오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일본에서 그는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망언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잡지에 쓴 글 중에 “LGBT(성소수자)는 생산성이 없다”는 말이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성이 없다. 그래서 세금을 쓰면서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LGBT의 인권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대세가 됐다. 사회적으로 비판이 쏟아졌고 글을 실은 잡지는 휴간됐다.
 
스기타 미오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이사이기도 하다. 새역모는 종래의 교과서는 필요 이상으로 일본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자학사관(自虐史観)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아이들이 일본인으로서 자신을 가질 수 있는 교과서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단체다. 일본 학교에서 위안부에 대해 거의 안 가르치는 것은 새역모와 같은 단체의 영향력이 꽤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은 우파 비판을 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인터뷰를 보면 “일본사람과 한국사람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서로 화해하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서로의 의견을 잘 듣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감정이 앞서고 제대로 대화를 못 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일본사람들의 무관심이기도 하다. 주전장에도 위안부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하는 일본 젊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사히신문에 위안부에 대해 보도해 우파로부터 공격당했던 우에무라 다카시 전 기자. 한국 가톨릭대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아사히신문에 위안부에 대해 보도해 우파로부터 공격당했던 우에무라 다카시 전 기자. 한국 가톨릭대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가 일본에서 금기시되어온 것은 내가 근무했던 아사히신문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그 하나는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신문 기자에 대한 공격, 이른바 ‘우에무라 배싱’이다. 나도 아사히신문에 소속했던 시기에 일어난 일이라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주전장 데자키 감독 또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우에무라 배싱이었다고 한다. 영화에도 우에무라가 등장한다.
 
우에무라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 증언하기 사흘 전에 아사히신문에 위안부에 대해 보도했다. 그 기사 속에 ‘여자정신대’라는 말도 썼다. 그 당시는 한국에서도 여자정신대라는 말을 위안부라는 뜻으로 쓰고 있었다. 그러나 우파의 공격 대상이 되고 주간지에 우에무라가 쓴 위안부 기사가 날조라고 보도됐다. ‘위안부 문제는 아사히신문이 날조한 것’이라는 오해까지 퍼졌다. 2014년 아사히신문을 조기 퇴직해서 고베쇼인여자학원대학에 취임할 예정이었던 우에무라는 취임 전에 고용 계약이 해지됐다. 주간지의 보도로 인해 대학에 매일 같이 “왜 날조 기자를 고용하느냐”는 항의 전화나 메일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사히신문 입사 전부터 서울 특파원이었던 우에무라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를 직접 만난 것은 퇴사 후인 2017년 한국에서였다. 우에무라는 현재 한국 가톨릭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본 진보 잡지 ‘주간 금요일(週刊金曜日)’ 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매주 한·일 간을 왕래하고 있다.
 
우에무라 배싱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나 우에무라가 쓴 책 『나는 날조기자가 아니다』 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서울 강연회에서 그로부터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때 우에무라 앞으로 보내온 편지의 사진을 봤는데 ‘매국노’ ‘일본에서 나가’라는 말이 있었다. 일본에서 위안부 관련 기사를 쓰면 이러한 비방·중상을 당하기 일쑤다. 나 또한 최근 아사히신문 온라인 기사에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해 썼더니 역시 트위터에 나를 보고 ‘국민의 적’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지만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많다. 우에무라를 ‘날조 기자’라고 보도한 우파 논객에 대해서는 재판 투쟁 중이며 우에무라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일본에도 한국에도 많다. 그것이 그가 밝은 표정을 짓는 이유인 것 같다.
  
위안부 기사 쓰면 비방·중상 일쑤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열린 한 영화제에서는 ‘침묵(沈黙)’이라는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됐다. 이날 상영 후 토크에 재일 코리안 박수남(朴壽南) 감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대신 감독의 딸이 왔다. 딸에 따르면 감독은 다른 상영회 때 우익 단체의 상영 방해로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라 쉬었다는 것이었다. ‘침묵’ 상영 시 가두 선전차가 와서 상영 중지를 요구하는 등 여러 번 방해를 당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일본 전국 140명의 변호사가 변호인단을 구성, 우익 단체의 접근을 제한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가처분을 결정했다. 감독과 영화를 지키자는 변호사들이 많이 모인 것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주전장 상영에 관해서 일부 출연자가 상영 금지를 요구하고 있는 외에 직접 극장 등에 방해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일 수도 있다.
 
주전장이 위안부에 대해 일본 국내에서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주전장은 7월 한국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과하지 않는’ 태도만 강조되지만 사실 일본 국내에도 여러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감독이 기대하는 한·일 간의 화해가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서로의 다양한 의견부터 듣고 싶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후,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과정에 유학. 한국영화에 빠져서 한국에서 영화를 배우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과 한국(TV REPORT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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