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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공정성 잃은 학생부 ‘블록체인 기술’이 답이다

중앙선데이 2019.06.29 00:02 642호 14면 지면보기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2)씨와 성남의 모 사립고 전 교무부장 박모(54)씨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자녀의 내신성적 문제로 구속됐다. 현씨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를, 박씨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접속해 기록을 위조한 혐의를 각각 받았다. 교무부장은 정기고사 시험지를 결재하거나 NEIS에 접속해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위치다. 이 일을 계기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신뢰성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그렇다면  기록은 학생부 폐기, 수능 선발이 대안인가.
 

교감·시민운동가 거쳐 ‘에듀블록’ 창업
시험지 유출 이어 내신 조작 사건도
중앙집중식 서버 저장 데이터 위험
탈중앙화 블록체인은 위·변조 못해

다른 기관도 학생 이력 작성케 하고
블록체인 기술로 연계 땐 문제 없어

이인규(60)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블록체인(blockchain)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학교 교사(경기여고 등)·교감(서울미술고)에서 시민운동가(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를 거쳐 지난 4월 ‘에듀블록’이란 회사를 창업한 창업자로 변신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교육부·평가원 없이도 믿을 만한 기록 전달  
 
NEIS에 접속된 교과와 비교과 성적 데이터는 워험한가.
“현재 이 데이터들은 중앙 집중식 서버에 저장돼 있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이나 성남 사립고 내신 조작 사건은 개인이 악의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문제를 드러냈다. 학생의 기록을 검토하는 대학도 과연 이 기록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은 기록의 신뢰성과 공정성 상실에서 빚어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록의 신뢰성 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나.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SGE(Sony Global Education)라는 회사는 학생 기록을 안전하게 공유하는 교육 플랫폼을 개발했다. 학생의 학교 성적과 교육 기록에 관한 데이터를 대학 등 교육기관에 제공하는 데 있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블록체인은 제삼자 또는 중앙이 필요 없는 탈(脫)중앙화 지향을 지향한다. 교육부와 수능을 출제·채점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중개기관이 없이도 고교와 대학 사이에 신뢰성 있는 기록 전달이 가능하다. 서버에 누군가 접속해 위조나 변조할 가능성도 없어진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은 기록의 전달 과정에서 우려되는 위·변조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 성적이 급상승했다는 걸 동료 학생들이 전혀 몰랐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문제는 학생부 기록이 대학입시에 절대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그 기록에 접근하려 하고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이다. 학생 개인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게 학교가 생산하는 학생부 기록만은 아니지 않으냐.”
 
학생부 기록 말고 또 뭐가 있나.
“온라인 고등교육 공개강좌(MOOC) 사이트인 유다시티를 만든 세바스천 스런 교수가 이 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인증을 주고, 인증을 마친 사람은 구글 등 기업에 취업한다. 기업이 필요한 이력만 보고 채용하는 게 학생부 성적이나 학점 보고 뽑는 게 아니다. 우리 밖은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 학생부 기록의 객관성을 높인다고, 교사의 기록 부담을 줄인다고 기록을 줄이지 않느냐.”
  
해외선 블록체인으로 연금 부정 수령 막아
 
기록의 양은 더 늘려주고, 기록에 대한 관리는 블록체인으로 하자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학생의 역량을 보여주는 이력 기록은 왜 학교만 작성해야 하느냐. 지금보다 기록자의 수는 더 많게 해야 한다. 학교 말고도 학생이 활동한 기록이 남아 있는 평생교육기관, 사회복지센터 등도 기록하게 하고, 이걸 블록체인 기술로 연계해주자는 것이다.”
 
기록의 안전한 거래도 중요하겠지만 이보다 정보 격차의 문제도 있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고, 학종에서 높게 평가되며, 뭘 해도 유리한 사람들이 분명 있다.
“그래서 학종이냐 수능이냐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오히려 정보 격차를 줄여주기 위해 개인의 학습 이력을 더 모아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교사가 기록하는 종합기록을 학교 밖 교육기관에도 열어줘 모든 교육자가 함께 기록하는 어린이·청소년 성장기록으로 전환해야 한다. 개인의 성장기록이나 학습 이력을 생성하고 저장하며, 전달하는 데 있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과연 정부가 이걸 허용할까.
“영국이나 미국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써 연금 부정 수령을 막는 등 공공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각 정부 부처 내 벽도 허물지 않아 정부 사이에 기록도 연계되지 않는 판국이다. 정부가 학생부 같은 민감한 정보를 열어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러다간 빅데이터, 인공지능에 이어 블록체인까지 새로운 기술의 포로가 될까 겁난다.”
 
블록체인
블록(Block)이란 온라인에서 일정 시간 이뤄진 거래 내역을 말한다. 이 블록은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참여자에게 전송된다. 참여자들은 해당 거래의 타당성 여부를 확인한다. 승인된 블록만이 기존 블록체인에 연결되면서 송금이나 거래가 이루어지는 기술을 말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이 기술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이인규 서울대 사범대 사회교육과를 나와 교편을 잡았다. 2000년부터 교육 관련 시민운동을 펼쳐 아름다운학교운동을 벌여 중앙일보 등과 함께 아름다운학교를 발굴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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