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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압력 안 된다" VS "정보 공유 어렵다" 사이에 낀 한국

중앙일보 2019.06.28 17:08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일본 오사카 웨스틴호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일본 오사카 웨스틴호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쉽지 않은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G20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열린 27일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외부 압력’을 거론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이 공개한 한ㆍ중 정상회담 발언 내용에 따르면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중ㆍ한 협력은 완전히 서로에게 이득이 되고 윈윈이 돼야 하며 외부 압력을 받아선 안 된다”며 “한국은 양국 간 관련 문제를 원만히 처리하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한중 관계 외부 압력 안 돼” 공개 압박
트럼프는 방한서 화웨이 등 동맹전선 강조 예상

‘외부 압력’은 한국도 중국도 아닌 제3자를 뜻하는 표현으로, 미국을 의미한다는 데 외교 전문가들의 해석이 일치한다. 또 시 주석이 거론한 ‘양국 간 관련 문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을 말한 것으로 각각 풀이된다. CC-TV의 이같은 보도는 청와대가 전한 한ㆍ중 정상회담 브리핑 내용에는 없던 표현이다. CC-TV는 한ㆍ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1시간 40분 만에 이같이 보도했다. 
 
시 주석의 ‘외부 압력’ 발언 의도를 놓곤 29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 당기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게 베이징과 서울 외교가의 일치된 해석이다. 미국이 뭐라고 하든 한국은 자기 판단에 따라 중국 제품을 쓸 때 한ㆍ중이 윈윈할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양국 간 관련 문제’도 중국이 한국에 ‘사드 철회’를 요구할 때 늘 쓰는 표현이다. 한번 정한 입장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시 주석의 고집스러운 일면이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양국 간 관련 문제”라는 표현은 지난해보다 한층 완화된 어조다. 지난해 11월엔 사드를 가리켜 “민감한 문제”라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에겐 미국이 ‘외부 압력’이 아니다. 군사적으로 미국은 한ㆍ미상호방어조약으로 연결돼 있는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무역전쟁 중인 미국는 한국을 상대로 ‘동맹’의 원칙을 따르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이달 13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한국이 5세대(5G)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쓸 경우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게 대표적이다. 미국과 안보 동맹이면서 경제적으로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이 요구한‘외부 압력 배제’와 미국이 예고한 ‘민감 정보 중단’ 사이에서 쉽지 않은상황에 처해 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 자리에서 미ㆍ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미ㆍ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게 한국 정부의 이같은 난처한 처지를 보여준다. 미ㆍ중 분쟁이 격화한 이후로 정상 차원에서 한국의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G20에서 미ㆍ중 정상이 이 같은 민감 이슈를 꺼낼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답변을 미리 준비해 갔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기념촬영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기념촬영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ㆍ중 담판을 앞두고 시 주석이 한국에 ‘외부 압력’을 꺼내들었다면, 29일 미ㆍ중 담판 이후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보따리에 동맹과 돈 문제를 담아서 올 가능성이 크다. 방한의 ‘숨은 복병’이 화웨이와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가 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두 이슈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을 직접 꺼낼 가능성이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에서도 화웨이 이슈를 언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와 LG는 통신사를 보유한 기업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의 첫째 관심사는 미국 내 투자 유치, 두번째는 화웨이”라며 “후자의 경우 ‘한국에서 비핵화 협상이랄지 동북아 정세에 민감한 정보를 교환할 때 중국의 통신 장비를 쓰면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느냐’는 수준의 이야기만 해도 기업들로선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일 상호방위조약을 불평등한 조약으로 비판했던 만큼 한국을 찾아서도 유사한 논리로 방위비분담금 이슈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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