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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분양가 통제의 그림자

중앙선데이 2019.06.28 16:41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33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 전환했다고 합니다. 한국감정원이 24일 조사한 결과입니다.  
 
자산의 가격이란 게 무한정 뛸 수도 없고, 반대로 무한정 내려갈 수도 없습니다. 수요와 공급은 어느 지점에서 균형점을 찾습니다. 지난해 9ㆍ13 대책 이후 숨죽이던 매수세가 서서히 겨울잠에서 깨어날지 두고 볼 일입니다.  
 
태풍의 눈은 신규 아파트 분양입니다. 분양가가 올라가자 정부는 긴장하는 눈치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 보증 조건을 강화했지만, 약발이 떨어졌습니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분양 보증이 필요 없는 후분양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언급을 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상한제는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에다 일정 마진을 합쳐 분양가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공공택지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민간택지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만 아직 현 정부에서 적용한 사례는 없습니다. 정부가 몇몇 요건만 바꾸면 민간 택지에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분양가를 낮추고 주택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따져보겠습니다. 분양가를 통제하면 당첨자는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습니다. 시세와 분양가와의 격차가 커지면서 당첨자가 시세차익을 독점합니다. 이마저 대출 규제로 현금 부자가 챙겨 갑니다. 분양가의 40%는 제 돈으로 마련해야 하므로 자금 동원력이 없는 서민은 분양 신청할 엄두도 못 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아파트를 분양받기만 하면 상당한 불로소득이 보장되니 분양 시장은 뜨거워지고, 탈법ㆍ편법이 난무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게 분양권 투기이지요.
 
물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두겠다고는 하지만 길어야 4년입니다. 아직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1000조원이 넘는 부동 자금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주택시장에 돈이 몰리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신규 아파트 가격은 급등할 것이고, ‘분양 쾌속 열차’에 타지 못한 서민들의 상실감은 커질 것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주택 공급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현재 수도권 주택 보급률은 100%에 못 미칩니다. 집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뛰는 것입니다. 투기꾼이 끼어들어 가격을 부풀리는 측면,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공급이 충분하다면 시장은 자연스레 균형을 이룰 겁니다. 인위적으로 분양 가격을 통제하면 공급이 줄어듭니다. 가격 안정 효과도 그때뿐입니다. 가격 통제의 수혜를 특정 개인이 모두 가져가는 지금 구조에서는 사회 갈등과 분노 지수만 높일 뿐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가격 통제보다는 확실한 공급 신호입니다. 이미 계획한 3기 신도시는 차질없이 추진해야 하고, 민간 재건축ㆍ재개발에 대한 규제도 풀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재건축ㆍ재개발 외에는 없습니다. 규제를 풀면 당장은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의 가격이 뛰겠지만, 공급이 확실하게 뒷받침되면 중장기적으로 가격은 안정될 것입니다. 
 
민간 시장에서 숨통을 틔워주고 정부는 가격 싸고 품질 좋은 공공 주택 공급에 매진하면 됩니다. 이게 정부의 역할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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