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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했네'하며 퇴근… 늘어나는 택배량 감당 안돼"

중앙일보 2019.06.28 15:33
 25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 우편물을 실을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25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 우편물을 실을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우체국 택배가 ‘올 스톱’될 위기를 맞았다. 우체국 내 최대 노조이자 교섭권을 가진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는 지난 24일 ‘총파업 투표’에서 조합원 2만8802명 중 2만5247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 우정노조가 생긴 지 61년, 우체국이 생긴 지 135년 만에 처음이다.

우정노조, 협상 타결 안 되면 7월 9일 총파업 예고

 
우정노조 측은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와 노사 집중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7월 1일 마지막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우정노조는 “다음달 1일 협상이 결렬될 경우 6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9일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벌써 9명이 죽었다… '주5일'이라도 해달라"
전국우정노동조합 회원들이 20일 오후 대전 한국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강길식 집배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강 집배원은 19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고, 사인은 뇌출혈로 밝혀졌다.[뉴스1]

전국우정노동조합 회원들이 20일 오후 대전 한국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강길식 집배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강 집배원은 19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고, 사인은 뇌출혈로 밝혀졌다.[뉴스1]

이들이 전례 없는 ‘파업 투쟁’에 나선 이유는 동료의 죽음 때문이다. 우정노조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9명이 사망했다”며 “하루 평균 11시간 6분을 근무하고, 이 중 휴게시간은 34.9분”이라고 호소한다. 이순관 우정노조 홍보국장은 “모든 집배원들이 ‘다음엔 내가 과로사로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집배원 사망은 175건, 올해 들어서는 8건이다. 
 
우정노조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인력 충원, 주 5일제 실현’이다. 우체국은 공공기관이라 주 5일이 적용되지만 집배 업무만 예외다. 지난해 2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우편 업무가 주 5일제 ‘특례업종’에서 제외됐지만, 아직까지 집배원 대부분은 ‘주 6일’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조합원들이 '인력 충원,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지난 7일 오후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조합원들이 '인력 충원,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택배공화국’의 집배원… "1년 간 택배물량 35% 늘었지만 사람은 그대로"
기수철 우정노조 조사국장은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만 비교해도 택배 물량이 35%가 늘어나는 등 업무량 자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업무 시간도 시간이지만 일감은 늘어나는데 사람은 그대로라 업무 자체가 말도 안 되게 과중하다”고 강조했다.

 
기 국장은 20년 넘게 현업에서 일한 집배원이다. 지난해 10월 노사정이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추진단'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추진단이 발표한 집배원의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주당 52.78시간이다. 한국 임금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 2052시간, 주 39.46시간이다. 집배원들의 ‘주 52시간’은 지켜지는 셈이지만, 인구 증가와 택배 수요 증가로 우편량이 늘어 출근 시간 내내 ‘중노동’에 맞먹는 일이 몰린다는 게 우정노조 측의 설명이다.
 
당시 추진단 논의 과정에서 현업 집배원들은 2704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우정사업본부는 1636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끝에 추진단은 '정규직 집배원 2000명 증원'을 권고했고, 노사가 동의했다. 그나마도 작년 예산 확보에 실패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 국장은 “사측의 계산은 인당 물량 180개, 10분씩, 쉴 틈 없이 일할 때를 가정한 것”이라며 “집배원이 기계도 아니고, 현장 상황의 변수도 고려해서 여유를 두고 산출한 노조 측의 계산이 2086명인 만큼 2000명은 꼭 충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예산부족으로 인력 충원 어려워"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예산 부족으로 인력 충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27일 발표한 자료에서 "집배 인력은 2015년 1만8562명에서 올해 4월 2만256명으로 늘었고 노동시간은 2488시간에서 2403시간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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