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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언론, 한·중 정상회담 놓고 '외부 압력' 부각했다

중앙일보 2019.06.28 13:4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40분에 걸친 만남을 통해 발신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얼까. 중국 언론의 보도 양태를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언론 보도에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는 제목이다. 제목에 의도가 담겨 있다. 두 번째는 색깔이거나 고딕체다. 중국 언론의 경우 모바일 앱을 통해 뉴스를 전달하면서 기사 중요 부분을 고딕으로 처리하거나 색깔을 넣는 방식으로 독자들 눈에 쉽게 띄게 한다. 세 번째는 공개된 내용인데도 관영 언론에 전혀 실리지 않는 대목이다. 

제목으로 달거나 색깔 넣어 보도
무역전쟁서 한국 당기기 속내 노출
시진핑 방한 초청은 보도하지 않아

 
이를 토대로 보면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 가장 전하고 싶었던 말은 “한·중 협력에서 외부 영향은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한중 정상회담 뉴스를 전하며 "중한 협력이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을 제목으로 뽑았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한중 정상회담 뉴스를 전하며 "중한 협력이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을 제목으로 뽑았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시진핑, 문재인 회견: 중·한 협력이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제목을 뽑았다.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양스(央視)신문도 한 글자도 다르지 않게 같은 제목을 달았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마찬가지다. 소제목으로 똑같은 제목을 실었다. 여기서 ‘외부’는 ‘미국’이고, ‘압력’이란 ‘중국 화웨이(華爲)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 등의 미국 요구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상식이다.
중국 중앙텔레비젼의 양스신문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한 협력이 외부 영향의 압력을 받아선 안 된다"는 말을 제목으로 뽑아 한중 정상회담을 보도했다. [양스신문 캡처]

중국 중앙텔레비젼의 양스신문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한 협력이 외부 영향의 압력을 받아선 안 된다"는 말을 제목으로 뽑아 한중 정상회담을 보도했다. [양스신문 캡처]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시 주석의 속내가 보인다. 
 
중국 언론이 기사에서 고딕이나 색깔 처리 등의 방법을 이용해 부각한 내용도 동일하다.
두 가지 내용이 눈에 띈다. 먼저 한·중 관계 부분이다. 인민일보는 제목에서 강조한 “중·한 협력은 완전히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윈윈의 것으로 마땅히 외부 영향의 압력을 받아선 안 된다”고 한 시 주석의 말을 고딕으로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여기에 “한국이 양국 간 유관 문제의 원만한 처리를 계속 중시하기를 (중국은) 바란다”는 시 주석의 말을 빨간색으로 처리했다. ‘유관 문제’는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을 거론할 때 쓰곤 하는 표현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중한 협력이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을 소제목으로 뽑고 관련 기사를 빨간색으로 부각해 보도했다. [중국 환구시보 캡처]

중국 환구시보는 "중한 협력이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을 소제목으로 뽑고 관련 기사를 빨간색으로 부각해 보도했다. [중국 환구시보 캡처]

이를 볼 때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 갈등의 과거 요인인 ‘사드 압박’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갈등 요소가 될 ‘화웨이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강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강조한 두 번째 내용은 한반도 문제다. 인민일보와 환구시보가 공동으로 강조한 건 한반도 문제의 “정치 해결”이다. “정치 해결”이 무언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는데 “지도자가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화로 해결’이면 ‘외교적 해결’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데 ‘정치 해결’이라고 한 건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에서 주목해야 할 세 번째는 어떤 내용을 다루지 않았는지다. 문 대통령의 시 주석 방한 초청 내용이 중국 언론에선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른 시일 안에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시 주석이 “구체적 시간에 관해 외교 당국을 통해 협의해가자”고 답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같은 내용은 28일 오전까지 중국 언론에선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 신화통신사는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내년 봄 국빈 방문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 주석이 이를 "원칙접으로 접수했다"는 소식을 속보 형식으로 비중있게 보도했다. [중국 신화사 캡처]

중국 신화통신사는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내년 봄 국빈 방문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 주석이 이를 "원칙접으로 접수했다"는 소식을 속보 형식으로 비중있게 보도했다. [중국 신화사 캡처]

반면 중국 신화통신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 주석에게 “내년 봄 일본을 국빈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시 주석이 “이 초청을 원칙적으로 접수했다”는 소식을 속보 형식으로 전해 한국의 초청 경우와는 전혀 다른 보도 태도를 보였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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