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욱 도쿄총국장
정권 핵심이 주도하는 외교의 단면이다.

글로벌 아이 6/28
이런 분위기 탓에 현장의 외교관들 중엔 정권 핵심부의 논리를 대변하는 데만 열중하는 이들도 일부 있다. 그래서 상대국 정부에서 “외교를 하자는 건지, 싸움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종종 터져나오기도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주미공사 등을 지낸 조현동 전 공사가 현 정부 출범 뒤 2년여동안 보직을 받지 못하다 은퇴했다는 뉴스가 최근 있었다. 조 전 공사외에도 숱하게 많은 미국통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퇴직하거나 보직 대기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외교부내엔 보수 정권 청와대에서 일했거나 중요한 일을 담당했다는 이유로 인사 때마다 불이익을 걱정해야하는 관료들이 꽤 있다. 일은 잘 했으나 불이익을 받는 풍토가 정상일 리는 없다.
일본 외무성에서 ‘요직중의 요직’을 수행 중인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아시아대양주 국장은 민주당 정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내각’때 총리비서관으로 노다 총리를 보좌했다. 하지만 요즘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한·일, 중·일, 북·일간 문제로 하루가 멀다하고 그를 찾는다. 우리의 국정원장에 해당하는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내각정보관도 노다 정권에서 현직에 발탁됐지만 아베 총리는 그를 7년동안 계속 중용하고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 삼간을 계속 태우다간 우리 외교의 토대가 다 타버릴 수 있다.
서승욱 도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