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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엉덩이를 흔들어 봐

중앙일보 2019.06.28 00:21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상대방에게 엉덩이를 노출하는 행위를 영어로 ‘무닝(mooning)’이라 한다. 영미권 사회에서 가끔 볼 수 있는데 주로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비하할 때, 혹은 정치적 저항의 의미를 담아 도발할 때 사용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문’은 18세기부터 엉덩이의 모양을 일컫는 은유로 쓰였다. 민엉덩이를 보여주는 건 중세 이후 많은 나라에서 상대방을 조롱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1995)에서 스코틀랜드 민족영웅 윌리엄 월리스와 동료들이 잉글랜드 병사들에게 ‘무닝’ 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무닝’은 1960년대 미국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옥스퍼드 사전에 ‘학생의 은어’로 등재됐다. 그럼에도 문명사회에서 민엉덩이를 노출하는 건 늘 논란의 대상이다. 범죄로 여기기도 하고,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2006년 미국 메릴랜드주 연방순회법원은 이웃과 싸우다 ‘무닝’을 해 기소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역겨운 행동이라 해도 성기를 노출하지 않으면 풍기문란죄에 해당하지 않으며 바지를 내려 엉덩이를 노출했지만 여성용 비키니 끈 팬티의 노출 정도와 다르지 않아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한 정당의 공식 행사에서 ‘무닝’과 비슷한 행동이 논란이 됐다. 민엉덩이를 노출한 건 아니고,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저항의 정치적 의미를 담은 것도 아니어서 ‘무닝’이라 보긴 힘들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도 엉덩이 노출 논란을 일으켰는데, 본인의 의사에 반해 남이 한 행동이어서 역시 ‘무닝’과는 관련이 없다.  
 
엉덩이를 보여주든 말든 개인의 자유지만, 해석도 자유다. 애들 장난 수준의 행동에는 비판하는 시간조차 아깝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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