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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이제는 혼란 수습하고 안정화 나서야 한다

중앙일보 2019.06.28 00:19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저임금위원회는 그제부터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 최저임금’을 논의했지만, 어제까지였던 법정 심의기한을 결국 넘기고 말았다. 공익위원·사용자 위원·근로자 위원 9명씩 모두 27명이 논의를 벌였으나 첨예한 대립 끝에 사용자 위원들이 퇴장하면서 핵심 사안인 내년도 최저임금 단위도 결정하지 못하는 파행이 빚어졌다.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사용자 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안건 부결 때문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2년간 너무 올라간 만큼 업종별 차등 적용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익위원들이 근로자 위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부결됐다.
 
국민은 최저임금 논의가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에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차고도 넘칠 만큼 충분히 확인된 사안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미세조정을 통해 과속 인상의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정화에 나서야 할 때다.
 
우선 여당에서도 필요성을 언급한 속도 조절론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선언한 뒤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 10.9% 인상되면서 현재 최저임금은 8350원까지 치솟았다. 월급으로는 175만원에 달하고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2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2%대의 저성장 터널에 빠져들면서 고용주들의 지불 능력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숙박·음식점 근로자의 43%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36%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경영이 어려운 고용주는 법정 최저임금을 현실적으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영계가 업종별 차등 적용을 들고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농업은 대표적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는 업종이다. 농업계는 농업의 특수성과 농촌의 생활물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선 업종별·지역별 차등을 적용하는 곳이 많다. 일본에서는 경험이 없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산업연수생에게는 일정 기간 감액 지급을 한다. 미국·러시아·브라질·멕시코 등은 지역별로 차등 적용한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정해 놓고 주별로 실정에 맞춰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숙박비·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충분히 드러났고, 외국의 사례도 있는 만큼 이제는 안정화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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