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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실업률 하락” 3초 만에 AI가 가짜뉴스 가려냈다

중앙일보 2019.06.28 00:03 종합 12면 지면보기
세계 55개국 언론인들이 남아공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에서 가짜 뉴스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세계 55개국 언론인들이 남아공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에서 가짜 뉴스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저기 수많은 가짜 뉴스들이 와있군요.”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 가보니
거짓정보 쉽게 판독할 기술 시연
미국 IT기업은 SNS·인터뷰 분석
800만 단어 ‘트럼프 데이터’ 구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재선 도전을 선언한 자리에 온 기자들을 ‘가짜 뉴스(Fake news)’라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짜리 연설에서 가짜 뉴스란 단어를 6번 언급하며 언론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1만 번 넘는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루에 12개꼴이다.
 
가짜뉴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대낮에 난민들이 상점 유리를 깨고 약탈하고 있다는 동영상이 퍼졌다. 반(反)난민 정서를 부채질하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언론의 팩트체크 결과, 유럽이 아니라 수년 전에 아프리카 한 국가에서 발생했던 사건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짜 뉴스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 55개국 251명의 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8~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선 6회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이 열렸다. 각국 언론인들은 SNS에서 사진·영상 등 다양한 방식의 가짜 뉴스가 쏟아지면서 언론이 대응해야 할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문제에 공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잘못된 정보에 빠르게 대응할 방안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팩트체크 자동화가 화두였다. 영국의 팩트체크 기관 ‘풀팩트(Full fact)’는 AI 팩트체크 기술을 시연했다. “실업률이 2010년 이후 8% 하락했다”는 정치인의 발언을 들려주자 AI가 3초 만에 이를 입증할 영국 통계청 자료를 확보해 화면에 띄워주며 “사실”이라고 표시했다. 정치인이 이미 거짓으로 확인된 내용을 언급하면 실시간으로 AI가 “거짓”으로 표시해준다.
 
아르헨티나의 ‘체키아도(chequeado)’는 빠른 팩트체크를 돕는 기술을 선보였다. 정치인들의 발언 영상을 순식간에 글자(텍스트)로 바꾼 뒤 AI가 사실을 확인했다. 체키아도의 파블로 페르난데즈 국장은 “기자가 정치인 발언을 받아치는 일은 사라지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얼굴을 분석해 팩트체크에 활용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정치인 얼굴을 분석해 팩트체크에 활용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미국 IT기업 ‘팩트스퀘어드(Fact squared)’는 AI를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SNS와 책, 인터뷰, 음성, 영상 등을 모두 모아 800만 단어 분량의 트럼프 데이터를 구축했다. 정치인의 표정이나 목소리를 분석해 그들이 감추려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언론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소개됐다. 국제언론인센터의 한나 오조 기자는 “요즘 사람들은 기사 읽기를 원하지 않는다. SNS 영상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폴리티팩트’는 매주 30분짜리 유머러스한 팩트체크 쇼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과 케이블 채널 등에 방송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팩트체크의 편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팩트체크 분야의 권위자인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는 “미국에서 대부분 팩트체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것”이라며 “어느 국가든 한쪽에만 집중하지 말라. 모두를 체크하라”고 말했다.
 
케이프타운=글·사진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이 취재는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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