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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돌아야 할 투자, 해외로 도망간다...일자리 4만개 감소

중앙일보 2019.06.27 17:09
미국 조지아주 롯데케미칼 공장. [사진 롯데그룹]

미국 조지아주 롯데케미칼 공장. [사진 롯데그룹]

지난 10년 동안 제조업의 해외투자 증가율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보다 2배 이상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제조업 부문에서만 4만 2000여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외국은 자국에 대한 해외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투자가 줄어들고 있어 기업환경 개선 요구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외 투자 흐름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의 해외투자 증가 속도가 국내 설비투자의 2.7배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국내 설비투자 규모는 2009년 99조 7000억원에서 지난해 156조 6000억원으로 연평균 5.1%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51억 8000만 달러(약 6조원)에서 163억 6000만 달러(약 18조 9000억원)로 확대됐다. 연평균 13.6% 늘어난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2016년 이후 다시 마이너스(-1.6%)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도 16.1% 감소했다. 2009년 1분기(-19.4%) 이후 최저치다.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롯데케미칼은 미국에서 축구장 152개 크기의 화학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사업비만 총 3조 7000억원가량이 들어갔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지난해 CJ제일제당, 올해에는 롯데그룹 등이 미국에 큰 투자를 한 만큼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올해에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법인세율 인상 등 국내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해외로의 투자 유인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 설비투자 금액 증가율보다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이 2.7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국내 설비투자 금액 증가율보다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이 2.7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GDP 대비 외국인 투자 유입 비중이 줄어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GDP 대비 외국인 투자 유입 비중이 줄어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자리 유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171억 1000만 달러) 금액 중 제조업 부문은 69억 8000만 달러(약 8조원)였는데 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497억 8000만 달러) 금액 중 제조업 부문은 163억 6000만 달러(18조 9000억원)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지난해까지 직접투자 순유출로 제조업 부문에서만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일자리가 4만 2000개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2017년 기준 한국과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한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스페인과 비교한 결과 GDP 대비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투자 비중이 감소한 나라는 한국(1.0p→0.9p)뿐이었다. 스페인(0.9p→3.1p), 호주(3.1p→4.0p) 등이 크게 늘었고 캐나다, 이탈리아도 각각 0.6p, 0.3p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국내의 까다로운 규제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OECD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0.135점을 받아 OECD 36개국(평균 0.065) 중 31위에 올랐다. 해당 지수는 외국인의 지분 제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차별적 심사·사전승인 제도 여부, 임원의 국적 제한 등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제도를 나라별로 평가한 것으로 점수가 1에 가까울수록 규제 강도가 높다는 의미다.
 
홍 팀장은 "최근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중 특히 미국의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글로벌 트렌드인 보호무역장벽 확대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미국이 인건비는 높지만 유틸리티 비용(전력·수도 등)이나 법인세 감면 등 기업 투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있어 국내 기업의 투자금을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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