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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돗물 사태, 돈 때문이냐, 사람 탓이냐…토론회 공방

중앙일보 2019.06.27 14:20
인천 서구 일대에 공급된 '붉은 수돗물'. [뉴스1]

인천 서구 일대에 공급된 '붉은 수돗물'. [뉴스1]

지난달 30일 시작돼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의 근본 원인이 돈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 탓일까.
수도관을 교체할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수돗물을 생산·공급하는 공무원들의 대응이 미숙했기 때문이라는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상하수도학회·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

"상수도관 투자 부족이 악순환 불러"
"인천시 측 대응 미숙이 사태를 키워"

27일 서울역에서 열린 인천 수돗물 토론회. 강찬수 기자

27일 서울역에서 열린 인천 수돗물 토론회. 강찬수 기자

27일 대한 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 시민 네트워크 주최로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에서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의견이 제시됐다.
 
상하수도학회 부회장인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국내 노후 상수도 교체율은 연간 0.5% 수준으로 한 번 개량하는 데 200년이 걸린다"며 "노후 상수도관 관리가 미흡해서 누수가 증가하면 생산원가가 상승하고, 상수도 재정이 악화해 시설 투자 여력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27일 열린 인천 수돗물 토론회에서 구자용 서울시립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27일 열린 인천 수돗물 토론회에서 구자용 서울시립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시장·군수가 수도사업자인 상황에서 지자체가 상수도 사업에 투자를 적게 해 2008년 1만3205명이던 전국 상수도 분야 직원 수가 2017년에는 1만1231명으로 14.9%가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수도관 길이는 꾸준히 늘어나면서 직원 한 사람이 담당하는 수도관 길이는 4.82㎞로 75.8%가 증가했다.
 
구 교수는 "노후 수도관을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유지관리 비용은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며 "10년 미만의 신규시설에 비해 30년 이상 노후 시설은 유지관리 비용이 3.25배나 된다"고 설명했다.
낡은 수도관. [중앙포토]

낡은 수도관. [중앙포토]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물은 국민 모두에게 빠짐없이 돌아가는 보편적인 혜택이고 복지"라며 "이번 사태는 수도사업자인 인천시장에게 책임이 있지만, 나아가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환경부가 노후 상수도관 교체 등 관련 예산을 신청해도 기재부가 잘라버린다는 것이다.
인천 서구 수돗물 피해 주민들이 20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피해주민들은 붉은 수돗물과 관련된 인천시 관계자들을 고소 및 고발했다. [뉴스1]

인천 서구 수돗물 피해 주민들이 20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피해주민들은 붉은 수돗물과 관련된 인천시 관계자들을 고소 및 고발했다. [뉴스1]

하지만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시 공무원의 미숙한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박 사무처장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수돗물 민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도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수질 적합'이란 공지만 붙여 오히려 불신을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사무처장은 "인천시가 생수 공급과 필터 교체 등 민원 대응 위주로 대처하다 보니 정작 원인 파악에는 소홀했고, 사태 장기화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염형철 수돗물 시민 네트워크 이사장은 "인천 서구의 송수관은 20년, 지난 19일 수돗물 오염 사고가 발생한 서울 문래동 수도관은 12년밖에 안 됐다"며 "수도관이 낡아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며 "사고 이후 인천시의 수습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은폐·축소·책임회피 등 위기 소통에도 실패했다"며 "환경부의 감독 조정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염 이사장은 "지금도 정수장 시설이나 예산은 충분하다"며 "그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예산은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두진 한국수자원공사 맑은물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후관을 교체하더라도 관리가 되지 않으면 문제는 발생한다"며 "인력과 예산뿐만 아니라 시민과의 소통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먹는물 수질을 정수장에서만 관리하는데, 앞으로는 적어도 배수지까지는 수질을 관리해야 한다"며 "수질 계측기로 실시간 수돗물 수질을 나쁘면 나쁜 대로 시민들에게 공지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인천 수돗물 오염 사고는 공무원들의 미숙한 대응으로 화를 키웠지만, 수돗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노후 상수도관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이날 토론회의 결론이 모였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김광용 인천시 기획조정실장은 "시민들에게 죄송하고, 수계 전환 때 녹물 발생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시민들에게 알리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미숙하게 대응한 데 대한 비판은 인정하고 앞으로 노후관에 대한 시설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인천 시내 4개 정수장 가운데 1곳은 이미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갖췄고, 이번에 문제가 된 공촌정수장도 8월에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가동할 예정이고, 나머지 두 곳도 2023년 이내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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