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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높으면 아이패드 지급” 실적제로 10억원 챙긴 보이스피싱 일당

중앙일보 2019.06.27 12:00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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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보이스피싱 업체를 운영하며 10억원 상당의 돈을 가로챈 국내 폭력조직원 총책 등 39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2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 청도 아파트와 필리핀 마닐라 오피스텔 등지에서 보이스피싱 콜센터 사무실을 차려놓고 국내 피해자들 약 100여명을 상대로 9억4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총책 A씨(37)와 팀장, 상담원 등 조직원 35명을 검거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인터넷 전화기 559대를 공급한 일당 4명도 함께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 중 35명을 구속했다.  
 
이들 일당은 국내 피해자들에게 대출회사 직원을 사칭해 “저리의 대출을 받으려면 보증 보험금 가입비 등 각종 명목의 금액을 먼저 입금해야 한다”고 속여 돈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조직 총책 A씨는 이전에 베트남 등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팀장을 하며 습득한 조직 운영 방법 등의 노하우와 인천 지역 폭력조직 생활 당시 따랐던 행동강령 등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응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A씨는 총 5개 팀으로 구성된 범죄 단체를 만들어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사무실 촬영 사진, 무분별한 외부 연락 등을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을 압수해 보관하고 상호 간 신분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조직원 간에 가명을 사용하도록 했다. 또 수사 기관 검거에 대비해 ‘증거가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니 부인하라’는 등의 ‘수사 대비 매뉴얼’도 교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A씨 등은 매월 성과를 분석해 실적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하거나 소속 팀에게 회식비를 지급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실적이 낮은 사람에게는 폭행이나 폭언을 행사하는 등 철저한 실적제로 조직을 운영했다.  
 
또 A씨 등은 조직원 선발 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액 알바’ 등으로 유인하던 방식 대신 조직원의 형제나 사촌, 친구 중 큰 채무가 있거나 급히 병원비가 있어야 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자들을 조직원으로 가입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1년 동안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이 약 90억원에 이른다는 피의자들의 진술에 따라 여죄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며 “해외로 도피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색수배 요청 등 국제 공조 수사를 해서 계속 추적 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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