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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받을 유산, 빚 갚으면 다 날아가는데 어쩌죠

중앙일보 2019.06.27 07:00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78)
 

어머니께서 지금 살고 계신 집을 제게 주신다는 유언장을 작성하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게는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못한 빚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사업에 실패하면, 그 집이 채권자들에게 넘어갈 거라는 생각에 걱정이 앞섭니다.

어머니께 빚이 있다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유언장을 작성하셨어도 제가 나중에 집을 받지 않겠다고 해도 되나요? 이런 사실을 채권자들이 알아도 괜찮을까요? [사진 pixabay]

어머니께 빚이 있다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유언장을 작성하셨어도 제가 나중에 집을 받지 않겠다고 해도 되나요? 이런 사실을 채권자들이 알아도 괜찮을까요? [사진 pixabay]

 
어머니께서는 저희 남매 중에서 제가 제일 걱정이라고 하십니다. 형과 누나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받아서 저축하고 잘 사는데 자영업을 하는 저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월세나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아시니까요.
 
물론 3년 전만 해도 어머니 모시고 여행가는 경비를 제가 다 부담할 정도로 제 수입이 형이나 누나보다 좋았습니다. 어머니는 작년에 사시던 집을 팔고 변두리로 이사하시면서 남은 돈을 제게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돈이 어머니의 노후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어서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니는 새로 이사한 집을 주택연금에 가입하여 생활하실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셔서 이제는 지금 사시는 집을 제게 주신다고 합니다. 유언장을 작성하신다고 하니 말 못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빚이 제법 됩니다. 아직은 이자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고 무엇보다 저는 그 빚을 갚을 계획을 세우고 사업 아이템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불운하게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무렵 제가 사업에 실패하면 어머니의 그 집은 저의 채권자들에게 넘어갈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힘듭니다. 사업에 성공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맘대로 되지 않아 만약 어머니가 힘들게 남겨주신 집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형이나 누나가 상속받는 것이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께 이런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사서 걱정하시는 어머니가 불안해하실 테니까요. 만약 어머니가 유언장을 작성하셨어도 제가 나중에 집을 받지 않겠다고 해도 되나요. 그리고 이런 사실을 채권자들이 알아도 괜찮을지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유증을 받을 자는 유언자의 사망 후에 언제든지 유증을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고, 그 효력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에 소급하여 발생하므로(민법 제1074조),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라도 자유롭게 유증을 받을 것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례자 어머니께서 집을 사례자께 준다고 유언장을 작성하였어도 어머니께서 사망한 후 자유롭게 유증을 받을 수도 있고, 유증을 받을 것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례자에게 이미 많은 빚이 있는데 유증을 포기하는 것이 다른 채권자들에게 사해행위가 되는 지입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도 자기의 재산을 제3자에게 양도, 증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무자의 적극재산이 감소되게 하거나 소극재산이 증가하게 하는 행위를 민법상 사해행위라고 합니다.
 
유언장이 있어도 어머니가 사망한 후 유증을 받을 수도 있고, 유증을 받을 것을 포기할 수 있다. 문제는 사례자에게 이미 많은 빚이 있는데 유증을 포기하는 것이 다른 채권자들에게 사해행위가 되는냐 하는 것이다 [사진 unsplash]

유언장이 있어도 어머니가 사망한 후 유증을 받을 수도 있고, 유증을 받을 것을 포기할 수 있다. 문제는 사례자에게 이미 많은 빚이 있는데 유증을 포기하는 것이 다른 채권자들에게 사해행위가 되는냐 하는 것이다 [사진 unsplash]

 
매도 등 법률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면 채권자는 채무자 및 그 재산을 이전받은 제3자를 대상으로 법원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채무자의 재산으로 회복시키도록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채무자에게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한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다른 상속인들이 상속받게 하고 본인은 전혀 상속받지 않는 것으로 다른 상속인들과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한 경우에 이러한 협의가 상속인의 채권자를 해할 수 있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그러나 채무자의 유증 포기가 직접적으로 채무자의 일반재산을 감소시켜 채무자의 재산을 유증 이전의 상태보다 악화시킨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이 점에서 대법원은 유증을 받을 자가 이를 포기하는 것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다260855 판결).
 
결국 사례자는 유증을 받을 당시 자유롭게 유증을 포기할 수 있고, 만약 그 당시 사례자의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상당한 채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증의 포기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답니다.
 
배인구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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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 배인구 법무법인로고스 가사·상속센터장 필진

[배인구의 이상(理想)가족] 어쩌면 힘들고,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 판사 경험을 가진 필자가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재구성·각색해 매주 가족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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