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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장, 다문화 자녀가 '잡종'…슬프다" 이다도시도 화났다

중앙일보 2019.06.27 05:00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 [중앙포토]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 [중앙포토]

"멍청하다! 익산시장이 다문화 가족 아이들을 '잡종'(jabjong), 하이브리드(hybrid) 같은 존재로 말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슬프다!"  
 

페이스북에 프랑스어로 분노 글 남겨
본인도 두 아들 키우는 '다문화 가족'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50)가 26일 본인 페이스북에 프랑스어로 올린 글 일부다. 다문화 가족 자녀를 '잡종'이라 빗댄 정헌율(61) 익산시장에 대한 분노가 담겼다.
 
이다도시는 '화났어요' 이모티콘과 함께 논란이 된 익산시장 발언을 다룬 기사 링크도 달았다. 이다도시는 1990년대 한국 TV에 데뷔한 외국인 방송인 1세대로서 현재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이다도시도 한국인과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을 키우는 다문화 가족이다.  
 
정 시장은 다문화 가족 600여 명이 모인 행사장에서 '잡종 강세'란 표현을 쓰고, 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다문화 가족 자녀를 '튀기'라 불러 '인종 차별과 혐오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11일 원광대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에서 나왔다. 
 
정 시장은 축사에서 "생물학적·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잡종 강세(雜種强勢)는 '잡종 1대가 크기·내성·다산성 등 형질 면에서 양친 계통의 어느 쪽보다도 우세한 것'을 말한다. 주로 농작물이나 가축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다도시가 26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다문화 가족 자녀를 '잡종'에 빗댄 익산시장에 분개하는 내용이다. [사진 이다도시 페이스북 캡처]

이다도시가 26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다문화 가족 자녀를 '잡종'에 빗댄 익산시장에 분개하는 내용이다. [사진 이다도시 페이스북 캡처]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정 시장은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다. '당신들은 잡종'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 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해 외려 논란을 키웠다. 튀기는 '종(種)이 다른 두 동물 사이에서 난 새끼'를 뜻하는데, 혼혈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논란이 커지자 정 시장은 "말이 와전됐다"고 사과했지만, 이주 여성 등이 요구한 '인권 교육' 수강엔 미온적 반응을 보여 되레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익산참여연대 등 전북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20일과 21일 잇따라 성명을 내고 "잡종이라는 말은 오랜 기간 통용돼 온 인종주의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이라며 정 시장을 규탄했다.  
 
정 시장은 20일 A4용지 1장짜리 사과문을 내고 "용어 선택이 적절치 못했다. 다문화 가족 아이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합심하여 잘 키워야 한다는 덕담을 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다문화 가족을 '잡종 강세'라 표현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날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정 시장이 다문화 가족 자녀를 차별하는 발언을 했다"며 시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뉴스1]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다문화 가족을 '잡종 강세'라 표현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날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정 시장이 다문화 가족 자녀를 차별하는 발언을 했다"며 시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뉴스1]

이주 여성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필리핀·몽골·중국 등에서 온 여성 150여 명이 모였다.  
 
단체들은 "전북에서 (전주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결혼 이민자가 생활하는 익산시에서 심각한 인종 차별과 혐오 표현임에도 (정 시장은) 단순히 말실수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정 시장은 이날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저희가 진정성 있게 (다문화) 정책을 내놓는 것을 보시고 그것도 부족하면 그때는 어떤 질타라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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