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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어택] 기-승-전-성적지상주의

중앙일보 2019.06.27 00:13 종합 28면 지면보기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남미 축구 최강국을 가리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가 한창이다. 8강이 가려졌다. 브라질-파라과이,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콜롬비아-칠레, 우루과이-페루가 각각 준결승행을 다툰다. 이번 대회 관전 포인트는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느냐다. ‘축구 신의 재림’ 메시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34차례 우승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는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21세기 들어 여섯 번의 코파 아메리카에서 네 번 결승에 올라 모두 준우승했다. 자국에서 열린 2011년엔 8강에서 탈락했다. 아르헨티나 국민이라면 속 터질 일이다. 올해도 조별리그(1승1무1패)로 볼 때 전망이 밝지 않다.
 
일본 축구 작가 니시베 겐지(西部謙司)는 2015년 펴낸 책 『좌익축구 우익축구』에서,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 전 아르헨티나 감독 말을 인용해 이렇게 설명했다. 좌익축구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으며, 예술적이고, 숭배받는’ 축구인 반면, 우익축구는 ‘인생을 투쟁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희생을 강요하며, 승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축구라고. 좌익축구의 덕목이 기술·자유·자기표현이라면, 우익축구는 체력·규율·자기희생이라고 덧붙였다. 우익축구를 ‘성적 지상주의’라고도 불렀다. 전통적으로 남미축구는 좌익축구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를 보면 좌익축구가 꼭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지도 않다.
 
요즘 체육계에서 ‘성적 지상주의’는 절대 악이다. 안 좋은 일만 터지면 ‘기-승-전-성적 지상주의’로 몰아간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훈련 도중 한 선수가 다른 선수 바지를 벗긴 사건에서도 ‘성적 지상주의’가 몰매를 맞았다. 빙상계가 성적을 위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거다. 체육계 구조 개혁을 위해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놓고 있다. 찬반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중요한 제언이다. 다만 성적(승패)이 전부는 아니지만, 스포츠의 존재 근거이기에 중요하다는 점, 또 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관점의 문제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이 행복했던 건 우익축구를 했을 때가 아니었던가.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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