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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가시라’ 하면 직권남용…윤석열 선배 21명 중 3명만 사의

중앙일보 2019.06.27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윤석열

윤석열

윤석열(59·연수원 23기·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다음 날인 18일 사의를 표명한 송인택 울산지검장(56·21기)이 최근 동기 검사장들에게 “검찰에 남아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연수원 2년 후배인 윤 후보자가 상관으로 오더라도 검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의 표명한 송인택 울산지검장
“동기들은 검찰 남아 역할해달라”
검찰 일선에선 “자리 물러나줘야”

그의 동기로는 박균택 광주고검장과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한 한찬식 동부지검장, 조국 수석의 부산 혜광고,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김기동 부산지검장과 윤웅걸 전주지검장 등이 있다. 송 검사장은 “아직 내 앞에서 그만두겠다고 밝힌 동기는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 후보자가 지명된 뒤 열흘 가까이 지났지만 그의 선배 검사 중 사의를 표명한 검사장급 이상 검사는 26일까지 3명(봉욱 대검 차장, 김호철 대구고검장, 송인택 울산지검장)에 불과하다.
 
과거 후배 기수가 총장으로 지명되면 즉시 사표를 냈던 관행과 달리 검사들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현재 검찰에 남은 19~22기 검사장급 이상 검사는 사의를 표명한 3명을 더해 21명, 윤 후보자의 동기를 더할 경우 30명으로 늘어난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윤 후보자의 한 기수 선배인 22기 검사장들은 이미 잔류설이 나오고 검찰총장 8인 후보자에 올랐던 조은석·황철규 고검장도 남을 것이란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역사상 검찰총장의 동기가 고검장 등으로 잔류했던 적은 있으나 선배 검사가 지휘부에 남은 적은 없다.
 
7월 8일에 열릴 예정인 윤 총장 후보자의 청문회를 전후해 사표가 대거 제출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연수원 후배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선배들이 옷을 벗던 검찰의 관행이 깨질 것이란 전망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몇 년 전만 해도 퇴임하는 검찰총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해 “같이 나갑시다”며 용퇴를 주문하고 함께 자리를 비웠던 것이 검찰의 관행이었다. 그 자리엔 후배 검사들이 임명돼 검찰은 이른바 ‘기수 문화’를 이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기수 문화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치권의 검찰 파격 인사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직권 남용의 시대’에 그런 행동은 사퇴 압력으로 비칠 수 있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졌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이젠 그런 행위도 직권남용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 총장이 사퇴를 권유하는 문화는 사라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일선에선 여전히 ‘선배들이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남아 있을 이유야 만들면 되지만 결국 자리 욕심 때문이 아니겠냐”며 “총장의 선배가 검찰 지휘부에 남은 관례는 없어 물러나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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