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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다온이 콧줄 영양관 뗐어요” 의료 혁명 재택의료

중앙일보 2019.06.27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서울대병원 김민선 교수(오른쪽)와 원미현 간호사가 가정집에서 인공호흡기를 차고 있는 중증소아환자 다온이를 진료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서울대병원 김민선 교수(오른쪽)와 원미현 간호사가 가정집에서 인공호흡기를 차고 있는 중증소아환자 다온이를 진료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생후 18개월 다온이는 의사 선생님이 온 줄 아는지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와 원미현 간호사는 “와 많이 좋아졌네, 너무 예뻐”를 연발했다. 다온이도 신이 났는지 뒤집을 듯한 자세를 취한다. 13일 오후 1시 서울 중랑구 주택가 풍경이다.
 

중증미숙아 재택의료 르포
의사·간호사가 방문 진료
매주 구급차 병원행 사라져
가족도 함께 간호 … 병세 호전
소모품 월 50만원 큰 부담

다온이는 약 25주 만에 830g 미숙아로 태어났다. 폐가 약해서 인공호흡기를 달았고, 기흉(폐에 구멍이 나는 것)이 생겨 여러 번 가슴에 관을 꽂았다. 6개월 동안 서울대병원서 집중치료를 받고 1월 집으로 왔다. 병명은 기관지폐이형성증(폐 손상으로 호흡을 잘 못하는 병)과 폐동맥고혈압(폐혈관의 압력이 높아져 심장에서 폐로 피가 잘 가지 못하는 병).
 
다온이 방은 병실을 옮겨놓은 듯하다. 기관 절개(목에 작은 구멍을 만드는 것)를 하고 인공호흡기를 연결했다. 산소 발생기를 인공호흡기에 연결해 산소를 공급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하다. 지난해 11월 숨을 못 쉬어 얼굴이 파래지면서 심폐소생술을 했었다. 침대 위 모니터는 혈중 산소 포화도가 95%이고, 심박수가 분당 130이라고 알려준다. 가래를 뽑아주는 석션기, 가래를 묽게 하는 네불라이저, 폐안마기 등도 필수 장비다.
 
김 교수가 청진기를 다온이 가슴에 댄다. “폐 소리가 너무 좋아졌어요. 그전에는 공기가 잘 안 들어가서 버걱버걱 소리가 났어요.” 다온이는 얼마 전까지 입으로 우유를 못 먹어서 콧줄을 위에 연결해 직접 우유와 약을 넣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증세가 호전돼 콧줄을 뗐다. 원미현 간호사와 다온이 엄마(38)가 석션기로 가래를 뽑고, 목에 있는 구멍과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 관(캐뉼러)을 능숙하게 교환한다. 다온이는 괴로운 듯 온몸을 비튼다. 폐압이 올라가면 숨을 못 쉬어 위험해질 수 있다. 다온이 엄마는 “고맙게도 간호사님이 목욕도 도와주세요”라고 말한다.
 
원 간호사는 매주 다온이를 찾는다. 캐뉼러와 콧줄을 교환하고 약을 갖다 준다. 김 교수는 3월에 이어 두 번째 방문 진료를 나왔다. 석 달 전에는 서울대병원 소아중환자분과 의사가 방문 진료를 하고 갔다.
 
“재택의료가 아니었으면 매주 사설 구급차를 불러 서울대병원에 캐뉼러와 콧줄을 교환하러 갔어야 해요. 그런데 의사와 간호사가 오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아이 상태도 병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다온이 엄마도 이렇게 웃는다. 김 교수는 “병실은 아이 발달에 안 좋다. 집에서 가족과 지내니 병세도, 발육 상태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 원 간호사는 재택(在宅)의료팀이다. 보건복지부가 1월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서울대와 칠곡경북대병원이 시행한다. 서울대에 환자 46명이 등록했다. 대기자가 12명이다. 김포·광명·일산·분당 등으로 다닌다. 재택의료 행위 중 건강보험이 되는 것은 환자가 5%만 부담한다. 하지만 다온이 장비 중 인공호흡기와 산소발생기만 건강보험이 된다. 나머지는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 모니터 구매에 80만~100만원, 내블라이저 20만원, 석션기 30만~40만원, 폐안마기 5만원이 든다. 콧줄·석션 줄·주사기 등 15가지 소모품에 월 50만원이 들어간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재택의료는 장애인 주치의제도, 가정호스피스도 있다. 동네의원 의사 56명이 154명의 장애인의 주치의가 됐다. 지난해 33개 가정호스피스 기관이 1800여명을 돌봤다. 셋 다 시범사업이다. 의사가 거동 불편 환자 집으로 가는 왕진과 다르다. 재택의료는 케어계획을 짜고,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왕진은 1회성 성격이 강하다.
 
급속한 고령화, 고령 임신 증가, 유전 질환 증가 등으로 인해 가정에서 돌보는 환자가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중앙일보 2018년 6월19일자 1,4,5면> 다온이처럼 재택의료를 받으면 환자의 만족도가 훨씬 올라간다. 병원보다 비용이 덜 먹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서울대 김민선 교수팀이 중증소아환자 82명을 조사했더니 재택의료를 하지 않으면 중증소아환자가 월 평균 4회 병원을 간다. 인공호흡기 등의 장비를 달고 가야 해 평균 2명이 달라붙는다. 편도 2시간 걸린다. 병원행이 고행길이다.
 
재택의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건강보험이 안 되는 소모품 비용도 부담이다. 심평원 조사에서 월 평균 45만원으로 나왔다. 서울대병원 재택의료팀은 수도권만 커버한다. 다온이 엄마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수도권과 경북 외는 소외돼 있다. 강원도의 한 부모는 재택의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사하려고 한다. 저산소증 뇌병증 재성(2)이 아버지 송순중(40·대전)씨는 “우리 애는 목에 인공호흡기를, 입에 분유공급관을 달고 있다. 응급상황이 생기면 장비를 달고 구급대원이 아이를 안아야 한다”며 “재택의료가 지방은 안 돼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중하다. 이중규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고령화를 고려하면 재택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 몇 가지 시범사업의 결과를 보고, 재택의료에 건강보험을 어떻게 확대할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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