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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AI 의사가 암 치료법 14% 바꿨다”

중앙일보 2019.06.27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아르만도 아리스멘디 부사장(왼쪽)과 제프 레너트 의료 책임자. [사진 IBM코리아]

아르만도 아리스멘디 부사장(왼쪽)과 제프 레너트 의료 책임자. [사진 IBM코리아]

인간과의 퀴즈쇼 대결서 압승해 세상을 놀라게 한 인공지능(AI) 왓슨. 이 왓슨을 바탕으로 IBM은 의료용 AI ‘왓슨 헬스’를 개발했다.
 

한국 온 IBM 왓슨 헬스 부사장
24시간 학습 가능, 똑똑한 조력자
전 세계 병원 230곳 14만 명 진료
희귀병 치료의 민주화 시대 열어

그간 IT업계와 의료업계에서는 ‘AI가 인간보다 뛰어나도 의료에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같은 질병이라도 인종, 나라마다 양상이 다르고 의료체계와 진료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의사 선생님’ 왓슨 헬스는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지난 18일 국내에서 열린 ‘인공지능 헬스케어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IBM의 아르만도 아리스멘디 왓슨 헬스 부사장과 왓슨 헬스의 종양학·유전체학 분야를 맡은 제프 레너트 의료 책임자를 중앙일보가 단독 인터뷰했다.
 
이들은 먼저 AI가 의사의 대체자가 아니라 의사의 조력자라고 강조했다. 아르만도 부사장은 “전세계에 암 환자가 연간 1800만 명씩 새로 생겨나고, 향후 10년간 암 치료 수요가 42% 증대될 전망”이라며 “의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잡한 질병을 일일이 진찰하고 치료하기는 불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많아지면서 소득이나 지역에 따라 암 치료에 차별이 나타나는 현상도 생겨나고 있는데 AI 의사는 이런 차별이 없도록 ‘암 치료의 민주화’ 시대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왓슨 헬스의 효용성을 구체적 수치로도 제시했다. 인도 마니팔 병원은 암 환자 치료 계획을 세울 때 각 분야의 전공의가 참여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친다. 레너트 책임자는 “마니팔에 왓슨 헬스가 적용된 뒤 치료법의 13.6%가 왓슨 헬스의 제안에 따라 바뀌었다. 진료 경험, 의료 지식이 축적된 전문의들이 의견을 바꾸는 일은 흔치 않다. 13.6%는 기존 의료계가 충격을 받을 만큼 놀라운 수치”라고 설명했다.
 
AI는 진단 속도에서도 경쟁력이 탁월하다. 아르만도 부사장은 “일본 도쿄대 병원에서 유전자 변이가 생긴 환자가 찾아왔다. 1000개 이상의 유전자 중 그녀의 질병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찾기는 쉽지 않다.사람 의사라면 2주가 걸렸을 이 환자의 희귀병 판정을 왓슨 헬스가 10분 만에 내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82세 급성 백혈병 환자의 경우, 왓슨 헬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최신 논문을 바탕으로 의료진이 미처 몰랐던 치료 약물을 제안했다”며 “이 약물은 큰 효과를 보인 뒤 나중에 급성백혈병 치료제로 식약청의 인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AI 의사의 경쟁력으로 ‘끊임없는 공부’를 꼽았다. 왓슨 헬스는 300종 이상의 의학저널, 200권 이상의 전문서적, 1500만 쪽 이상의 의학 자료를 학습했다. 매일 쏟아지는 방대한 의학 데이터를 24시간 학습한다. 사람 의사가 입력하기 어려운 의학 정보를 학습 사람 의사가 놓치기 쉬운 조언을 한다는 의미다.
 
왓슨 헬스는 2015년 말부터 전 세계 의료기관에 적용돼 현재 230곳 병원이 활용하고 있다. 그간 왓슨 헬스가 진료한 환자 수는 14만 명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길병원, 한림대 병원 등 11곳이 사용 중이다.
 
제프 레너트 책임자는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 데이터가 2300엑사바이트(EB=2의60승 바이트) 분량으로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AI가 사람 의사와 함께 암과 싸울 시간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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