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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참사 때 주민 대피시킨 '관리소 직원'…현재 건강 상태는

중앙일보 2019.06.26 20:11
쾌유 비는 플래카드 걸렸던 참사 아파트[연합뉴스]

쾌유 비는 플래카드 걸렸던 참사 아파트[연합뉴스]

지난 4월 경남 진주에서 일어난 아파트 방화 살인 참사사건 때 현장에 달려가 주민들을 대피시켰던 아파트 관리소 20대 당직 근무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신체적·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놓였다. 이 근무자는 치료 후 두 달만에 복직했지만, 결국 3개월 '무급병가'에 들어갔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관리소 직원으로 근무하던 정모(29)씨는 사건 당일 당직 근무 중 발생한 화재 사건 때 자신이 부상을 입고도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는 화재 직후 112·119에 신고하고 불이 난 아파트의 가스 밸브 잠금 상태를 확인해 화재 확산을 막았다. 이후 각 세대 현관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안인득과 마주쳐 그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얼굴을 몇 차례 찔리기까지 했다. 정씨는 얼굴에서 피가 나는 데도 주민 대피를 멈추지 않았고, 피해 주민들이 모두 응급차에 오른 것을 확인한 뒤에야 마지막으로 응급차에 올랐다.  
 
정씨는 얼굴 광대뼈 골절, 신경 손상 등으로 전치 20주 진단을 받고, 두 달 간 병원 2곳에서 수술과 입원, 통원치료를 받았다. 치료로 인해 휴업을 해야 했던 그는 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혐 휴업급여를 신청했다. 휴업급여는 부상, 질병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기간에 대해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보장을 위해 임금 대신 지급하는 급여다. 미취업기간 1일에 대해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한다. 
 
정씨는 진단 결과에 따라 휴업 기간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정씨의 휴업 기간을 단 하루로만 계산해 정씨의 하루 치 급여인 6만여원을 지급했다. 공단 측은 정씨의 부상 부위가 얼굴이어서 '취업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휴업급여 일부 지급 처분은 의학적 소견에 근거한 정당한 처분'이라고 결론 내렸다.
 
생계가 힘들었던 정씨는 결국 이달 초부터 다시 아파트 관리소에 출근했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생겼다. 
 
아파트 사건 현장 쪽을 찾으면 정신이 혼미해졌고, 식은땀이 흘렀다. 정씨는 의사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았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신체 및 심리적 손상이 일어났다는 진단이다. 이 밖에도 정씨는 얼굴 신경 곳곳이 손상돼 식사도 한쪽으로만 가능하고, 얼굴 등 외형적 피해도 입은 상태다. 
 
정씨는 "얼굴 부기가 빠졌으나 다친 신경 쪽이 되살아날지 걱정이며 그보다 심리치료를 위해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더 큰 걱정"이라면서도 "사건 당일 상황을 떠올리면 참혹하고 끔찍하지만, 관리소 직원 누구든지 이런 위급한 일이 닥치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소 측은 정씨에게 치료를 우선적으로 권했고, 정씨는 오는 7월부터 3개월간 '무급 병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만 정씨가 3개월 뒤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경안 아파트 관리소장은 "참사현장에서 피 흘리며 헌신적으로 주민을 돌보고 직무에 충실했던 젊은 직원인데 워낙 마음의 상처가 커 치료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정 소장은 "산재보험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소견서를 추가로 제출해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안타까운 사연을 입주민들에게도 알려 마음을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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