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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130조 석유왕국 아람코, 현대 수소차와 동맹 맺었다

중앙일보 2019.06.26 18:11
'순이익 130조' 아람코, 신사업 기회 찾아 삼만리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26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26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우디아라비아의 실력자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33) 왕세자가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경제개혁에 필요한 기술 중 일부를 현대차가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2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수소에너지·탄소섬유소재를 개발하고 미래차 관련 산업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대표이사 사장이 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대표이사 사장이 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정유·화학·소재산업을 영위하는 사우디 아람코가 현대차에 러브콜을 보낸 건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 중인 경제개혁과 맞닿아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6년부터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해 ‘비전 2030’이라는 사회·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중요한 자금줄 중 하나가 국영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아람코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사우디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개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높아져야 경제개혁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울산시 옥동에 설치된 수소차 충전기. [중앙포토]

울산시 옥동에 설치된 수소차 충전기. [중앙포토]

 
그런데 사우디 아람코가 가장 관심을 갖고 투자 중인 분야 중 하나가 수소에너지다. 석유화학 공정 중에서 생산한 나프타를 분해하면 수소(부생수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수소경제가 활성화한다면, 사우디 아람코 입장에서는 기존 산업을 기반으로 신산업까지 창출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기업이다. 수소전기차(넥쏘)와 수소전기버스를 개발·상용화했고, 2025년까지 스위스에 1600대 규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도 공급한다.  
 
뿐만 아니라 수소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기술까지 있다. 현대차는 올해 도심(4곳)과 고속도로휴게소(4곳) 등 8개의 수소충전소를 설치 중이다. 사우디 아람코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부산물로 취급했던 수소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현대차에서 찾아낸 셈이다. 이날 체결한 MOU에서 현대차와 사우디 아람코가 한국·사우디아라비아 양국에 수소를 공급하고 수소충전소 확대하기 위해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배경이다. 양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수소전기버스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수소차 기술 선도 기회 
 
현대자동차가 국회 앞에 설치하는 수소충전소 조감도.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국회 앞에 설치하는 수소충전소 조감도. [사진 현대차]

 
이번 MOU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양사가 ‘탄소섬유 시장 확대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대목이다. 수소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서면, 수소를 운반·저장할 때 필요한 소재가 바로 탄소섬유다. 결국 수소경제가 활성화하려면 탄소섬유 기술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저비용탄소섬유(CF)를 적용한 경험이 있다. 공차중량을 줄이면 줄일수록 연비가 좋아지기 때문에, 완성차 제조사는 차체에 탄소섬유 적용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또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장착한 수소저장탱크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제작했다.  
 
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효성그룹]

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효성그룹]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사실 이번 MOU에서 현대차와 사우디 아람코가 어떠한 탄소섬유 기술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하지만 아람코가 ‘차세대 먹거리’의 가능성 측면에서 탄소섬유에 워낙 깊은 관심을 보여서, 앞으로 현대차와 함께 구체적인 협력을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211%(금액 기준)~383%(판매량 기준)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승용차 넥쏘. [사진 부산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승용차 넥쏘. [사진 부산시]

 
결국 사우디 아람코가 현대차와 손을 잡는 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체질 개조 프로젝트와 맥이 닿아 있다. 수소경제 분야에서 양사가 협력해서 신사업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마침 현대차그룹은 기술이 있고, 사우디 아람코는 돈이 넘쳐난다. 지난해 사우디 아람코 순이익(128조6000억원·111억달러)은 현대차 순이익(1조6450억원)의 100배가 넘는다. 이러한 작업이 성공한다면, 현대차는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아끼면서 수소차 시대를 선도할 수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 경제 개혁의 밑천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날 MOU를 체결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수소 사회를 선도하는 사우디 아람코와 현대차가 협력해 수소 인프라와 수소전기차를 확대하고 미래 수소에너지 중심 사회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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