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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친서 주고 받는데 北 대변인 "비핵화 기대 어렵다"

중앙일보 2019.06.26 18:03
 북한과 미국이 정상 간 친서 외교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26일 “수뇌(정상)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해도 조(북)미 관계 개선도, 조선(한)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에서다. 대변인은 “대조선(대북)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비핵화 협상의 미국 컨트롤 타워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겨냥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3일 대이란 추가 제재와 관련해 ‘현재 북한 경제의 80% 이상이 제재를 받고 있고 이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은 “제재가 조미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듯이 궤변을 늘어놓다”고 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다. 북한은 지난 23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다. 북한은 지난 23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특히 미국이 지난 21일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 제재를 1년 연장한 데 대해 성명은 “제재압박으로 우리(북)를 굴복시켜 보려는 미국의 야망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더 노골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서 교환을 공개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대북 제재 해제를 놓곤 북한 뜻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최근 북ㆍ미 정상 간 주고받은 친서가 장밋빛 결과로 이어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제재와 같은 핵심 현안을 놓고 북·미가 평행선을 달린다면 정상 간의 친서 내용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또 실무협상으로 이어지기엔 북한의 라인 정비 등 준비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지난 12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 소식을 전하며, “아름다운 내용”이라며 추켜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생일축하 편지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2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더 힐’과의 인터뷰에선 “(내가 보낸 편지는)생일 축하에 대한 감사편지였다”고 자신의 답신 취지까지 공개했다. 오간 친서의 무게를 낮춘 것으로 들린다.  
 
북한이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는 밝히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관영 매체에 공개한 것 역시 의미 있는 진전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한은 협상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때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다”며 “친서를 공개했다는 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자, 내부 정치적인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로 무오류성에 치명타를 입은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20~21일)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는 모습을 통해 ‘세계적인 지도자 반열’이라는 이미지 연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4개월 가까이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던 양측 정상이 간접 방식의 대화를 시작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은 연말까지 기다려보겠다고 했지만, 이는 연말까지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라며 “그러기 위해선 지금 시동을 걸어야 하고, 침묵을 깬 것 자체가 다음 수순을 준비하는 차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오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예정된 미ㆍ중 정상회담과 직후 진행되는 한ㆍ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북한 비핵화 문제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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