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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일 정상간 ‘다치바나시’ 약식 회담도 검토 중"

중앙일보 2019.06.26 17:35
 일본 정부가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치바나시(立ち話)’ 형태의 한ㆍ일 정상회담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일 외교 소식통이 26일 밝혔다. ‘다치바나시’는 ‘서서 이야기한다’는 의미다. 이 소식통은 “일본 총리 관저 측의 분위기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식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쪽으로) 강경하다”며 “그러나 양국 정상이 만난다면 다치바나시 형태로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단 청와대가 이같은 방안에 대해 최종적으로 수용할지의 문제가 남아 있어 실제로 성사될지 여부는 아직은 미지수다.
 
지난해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치바나시’ 회담은 서서 이야기하는 방식의 접촉과 함께 약식 회담도 통칭한다는 것이 외교소식통의 전언이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만찬장에서 잠시 서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앉아서 진행하되 정식 정상회담의 룰은 따르지 않는 형식도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종의 ‘풀어사이드(pull aside)’ 약식 회담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도 풀어사이드 형식으로 열렸다.  
 
한ㆍ일 정식 정상회담 불발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일본 외무성은 “그래도 한국과 회담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으나 총리 관저의 뜻이 완강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일본의 외교 소식통은 “총리 관저의 현재 한ㆍ일 관계에 대한 분위기는 ‘아키라메(諦めㆍ포기)’라는 말이 일본 외교가에 돌고 있다”며 “미국이 한ㆍ미ㆍ일 공조를 강조한만큼 한국을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의 성의 표시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 옌치후 APEC 회의장에 도착한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영접을 받고 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이 한창이던 이 시기, 시 주석은 아베 총리를 약식 회담으로 홀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 베이징 옌치후 APEC 회의장에 도착한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영접을 받고 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이 한창이던 이 시기, 시 주석은 아베 총리를 약식 회담으로 홀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본은 ‘다치바나시’ 회담 홀대를 중국으로부터 수차례 당했다. 그래서 외교가 일각에선 “일본이 중국에게 당했던 외교 홀대를 한국에게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센카쿠 열도(尖閣列島ㆍ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두고 중ㆍ일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4년 베이징에서 열렸던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대표적이다. 개최국 정상이었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아베 총리의 회담 요청에 응하면서도 만남 시간은 25분으로 제한했고 정상회담의 필수 요소인 양국 국기 게양 및 최측근 참모의 배석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이어 2014년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국기ㆍ화병 등 정상회담 의전의 필수 요소가 쏙 빠진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일본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한국이 지금까지 강제징용 등 문제에 있어서 자국의 외교적 협의 등의 제안을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더 이상 못참겠다는 입장을 이번 G20을 통해 공공연히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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