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부, 필리핀에 불법수출 쓰레기 처리할 소각장 제안했다 '퇴짜'

중앙일보 2019.06.26 12:01
한국에서 불법 수출한 폐기물이 필리핀 현지 민다나오 섬에 쌓여 있는 모습. [사진 그린피스]

한국에서 불법 수출한 폐기물이 필리핀 현지 민다나오 섬에 쌓여 있는 모습. [사진 그린피스]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현지에 소각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필리핀 정부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양국 정부는 필리핀 현지에 남아있는 불법 쓰레기를 필리핀 측에서 컨테이너에 담아 항구까지 운반하면, 항구에서부터 한국까지는 한국 측이 운송하기로 합의했다.

IPEN 조 디간지 과학기술고문 간담회
"OECD 회원국들은 허가 없이 수출입
미·일 폐플라스틱 월 1만t 국내로 반입"

 
환경부는 지난 13일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필리핀 대표단과 만나 지난해 7월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업체가 불법 수출한 필리핀 잔류 폐기물 5177t의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이 같이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은 현재 필리핀 민다나오섬 수입업체 부지의 폐기물을 필리핀 정부가 필리핀 항구로 운반해 놓으면,우리 정부 항구의 폐기물을 한국으로 가져와 처리하기로 했다.
 
국내 반송 시점은 올 하반기 중에 결정될 예정이며, 필리핀 항구로의 폐기물 운반 진행 상황을 양국이 지속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필리핀 140여 개 환경운동단체 에코웨이스트연합(EcoWaste Coalition) 소속 환경운동가들이 마닐라 소재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시위를 갖고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송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지난해 11월 필리핀 140여 개 환경운동단체 에코웨이스트연합(EcoWaste Coalition) 소속 환경운동가들이 마닐라 소재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시위를 갖고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송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이와 관련 국제환경보건단체 IPEN(International Physical Activity and the Environment Network, 신체활동과 환경 국제네트워크)의 조 디간지 과학기술 고문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필리핀 측에 소각시설 설치해 현지에서 불법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필리핀 측에서 거부했다"고 전했다.
 
디간지는 간담회에서 "이에 앞서 캐나다가 비슷한 제안을 했다가 거부당했는데도 한국 측이 유사한 제안을 하는 바람에 필리핀 측에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시 협상회의에 참석했던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불법 폐기물을 한국으로 되가져온다는 것은 한국 정부의 기본 방침이었고, 다만 다양한 방안을 동시에 제안해본 것"이라며 "필리핀 측에서 우리 제안에 거세게 항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매립이나 소각 처리하면 그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고, 소각시설을 지어 불법 폐기물을 처리한 뒤 시설을 필리핀 측에 기증하게 되면 향후 한국의 관련 산업의 필리핀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돼 이 같이 제안했다는 게 환경부의 주장이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한국 평택항으로 되돌아온 폐기물을 환경부 관계자가 조사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한국 평택항으로 되돌아온 폐기물을 환경부 관계자가 조사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이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필리핀으로 향하다 공해 상에서 되돌아온 2183t과 지난 2월 필리핀에서 되가져온 1211t, 지난해 11월 수출이 보류된 1272t 등 평택항에 쌓여있던 불법 수출 폐기물 4666t의 처리를 이달 초 완료했다.

하지만 나머지 5177t은 필리핀 민다나오 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주에 위치한 필리핀 폐기물 수입업체 '베르데 소코' 소유 부지에 방치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필리핀 폐기물 수입업체가 먼저 한국 업체에 폐기물 수입을 제안한 것이고, 재활용할 수 없는 것을 재활용하겠다고 신고했기 때문에 불법 수출입 폐기물인 것"이라며 "필리핀 업체에는 한국인도 지분을 가진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 간담회에서 폐기물 수출입 문제를 설명하는 IPEN 조 디간지 과학기술 고문. 강찬수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 간담회에서 폐기물 수출입 문제를 설명하는 IPEN 조 디간지 과학기술 고문. 강찬수 기자

이와 함께 IPEN의 디간지 고문은 간담회에서 그린피스 자료를 인용해 "2017년 말에는 한국에서 수입한 폐플라스틱이 월 5000t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월 2만t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그중 1만t은 일본에서, 4000t은 미국에서 수입됐다"고 지적했다.
 
디간지 고문은 "한국이 개도국에 폐기물을 수출할 때는 상대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사이의 수출입에서는 허가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신고제로 돼 있는 폐플라스틱 수입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바젤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2021년 1월부터 폐플라스틱 수출입을 규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바젤협약 가입국들은 단일 성분의 플라스틱이나 오염물질이 없고 재활용을 위한 혼합 플라스틱일 경우에만 수출입을 할 수 있다.

 
한편, 환경부와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월부터 실시한 현장 점검을 통해 신고·허가 없이 폐기물을 불법 수출·입했거나 수출하려던 업체 11곳(수입 3건, 수출 8건)을 적발해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등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