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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동의없는 '초딩 아들' 게임 결제 환불받는 길 열렸다

중앙일보 2019.06.26 12:00
한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초등학생 아들이 부모 동의를 받지 않고 게임을 하다 발생한 요금에 대해 환불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본지 4월 19일자 1면>
 

공정위, 게임사 불공정약관 제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는 게임업체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올 3~6월 이른바 ‘3N’으로 불리는 넥슨ㆍ넷마블ㆍ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국내 게임업체 10곳의 이용 약관을 심사한 결과다. 해당 게임사는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약관 14개를 모두 자진 시정키로 했다. 개정 약관은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환불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법정대리인(부모)과 미성년자의 책임을 부당하게 묻거나 ▶선물한 게임 아이템ㆍ캐시에 대한 환불을 거부하거나 ▶게임 중 채팅한 내용을 무단 열람하거나 ▶사전 안내 없이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도록 한 약관 등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파급력이 큰 약관은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게임을 하면서 발생한 요금을 청구한 데 대한 환불 거부 조항이다. 공정위는 부모가 유료 서비스 이용에 대해 개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미성년자인 자녀가 유료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약관을 바꾸라고 명령했다. 다만 자녀가 부모를 속인 경우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공정위는 게임 아이템 환불과 관련한 불공정 약관도 문제 삼았다. 기존 약관에 따르면 다른 회원에게 선물한 아이템ㆍ캐시는 환불이 불가능하고 손해배상도 받을 수 없었다. 공정위는 아이템을 선물했더라도 상대방이 수령을 거절할 경우 환불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을 하면서 이뤄지는 채팅 내용을 게임사가 언제든 열람ㆍ공개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약관도 바꾸도록 했다. 타인의 신체ㆍ안전에 위협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범죄행위를 막기 위한 경우 등 제한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채팅 내용을 열람할 수 있고, 열람하더라도 개인의 동의 또는 법령에 의하지 않고서는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게임업계에선 환불 약관 시정 명령을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제재라는 의견이 나온다. 부모의 관리 소홀 책임도 있는데, 게임업계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자녀가 게임을 하더라도 무관심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결제 비밀번호 관리도 소홀하면서 무조건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환불 어뷰징(남용)’을 우려한다. 현재도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환불 대행’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렇게 해서 게임 아이템을 챙기고 환불도 받았다”는 글이 쏟아진다. 배우성 한국게임산업협회 선임연구원은 “부모가 결제해놓고 자녀가 했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도 환불 어뷰징이 심각하기 때문에 환불 관련 약관을 개선할 경우 악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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