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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변화에 맞춘 강한 여성? 보핍은 '토이 스토리' 1편부터 강했죠

중앙일보 2019.06.26 11:35
20일 개봉해 흥행몰이 중인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 일회용 포크숟가락(맨 오른쪽)으로 만든 새 친구 '포키'로 인한 모험을 그렸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일 개봉해 흥행몰이 중인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 일회용 포크숟가락(맨 오른쪽)으로 만든 새 친구 '포키'로 인한 모험을 그렸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만일 ‘토이 스토리 5’를 만든다고 해도 아주아주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가 될 것 같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4’를 연출한 조시 쿨리(39) 감독의 말이다. 단독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영화의 목표는 이야기를 만들되 '우디'의 여정을, '우디'의 전체 스토리를 가장 아름답게 완성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시리즈의 오랜 여정에 일단락을 짓는 작품. 호평과 함께 역대 픽사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빠른, 개봉 나흘째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북미에서도 시리즈 첫 주말 최고 성적인 1억1800만 달러(약 124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토이 스토리 4' 조시 쿨리 감독 인터뷰
양치기 '보핍' 활약은 이미 5년 전 구상
"이번 영화 목표는 우디 스토리의 완성"
새로운 장난감들 목소리 연기도 화제
"키아누 리브스인 줄 모르고 캐스팅했죠"


'인사이드 아웃' 각본가의 장난감 심리학
'토이 스토리 4'의 조시 쿨리 감독. '인사이드 아웃' 공동 각본가 출신으로 '토이 스토리' 1, 2편을 어릴 적 보며 자란 시리즈 팬을 자처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토이 스토리 4'의 조시 쿨리 감독. '인사이드 아웃' 공동 각본가 출신으로 '토이 스토리' 1, 2편을 어릴 적 보며 자란 시리즈 팬을 자처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조시 쿨리 감독은 사춘기 소녀의 여러 감정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공동 각본가 출신. 장편 연출이 처음인 그는 “‘토이 스토리’ 1‧2편을 보며 자란 팬”을 자처했다. “전편들을 똑같이 반복하거나 이유 없이 또 다른 모험을 떠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우리가 잘 알고 사랑하는 캐릭터들에 충실하되 그들이 계속 뭔가를 배우며 성숙해간다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스토리에만 여러 해가 걸렸다”고 했다.  
조시 쿨리 감독이 공동 각본을 맡았던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캐릭터들. 각각 마음 속 여러 감정을 대표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조시 쿨리 감독이 공동 각본을 맡았던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캐릭터들. 각각 마음 속 여러 감정을 대표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앤디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난감이었던 카우보이 우디(톰 행크스, 이하 목소리 출연)는 이번 4편에선 새 주인 보니(매들린 맥그로)의 옷장에 처박혀 지내는 신세. 보니가 폐품으로 만든 새 친구 포키(토니 헤일)가 자신은 장난감이 아니라 쓰레기라며 자꾸만 도망치자, 우디는 포키를 찾아나섰다가 옛 친구인 양치기 소녀 보 핍(애니 파츠)과 우연히 재회한다.  

꼬마 주인 보니가 유치원에서 만든 새 장난감 '포키'는 보니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자신은 자꾸 쓰레기라며 정체성 혼란에 시달린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꼬마 주인 보니가 유치원에서 만든 새 장난감 '포키'는 보니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자신은 자꾸 쓰레기라며 정체성 혼란에 시달린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전의 시리즈가 장난감을 사랑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 곁을 지키려는 장난감의 고군분투로 감동을 줬다면 이번엔 주인에게 버려질지 모른다는 장난감의 불안감에 시선을 돌렸다. 어떤 의미에선 처음으로 온전히 장난감 그 자체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세상에, 내가 이 시리즈로 연출 데뷔하다니" 
시리즈의 맏형 같은 카우보이 우디(왼쪽)는 4편에서 새로운 모험 중 옛 친구 보 핍(오른쪽)과 재회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리즈의 맏형 같은 카우보이 우디(왼쪽)는 4편에서 새로운 모험 중 옛 친구 보 핍(오른쪽)과 재회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자신과 닮은 캐릭터로 자기소개를 한다면.  
“‘포키’에 많이 공감했다. ‘포키’는 원래 장난감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장난감이 돼버렸다. 나도 영화 연출은 늘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그게 ‘토이 스토리4’가 될 줄은 몰랐다. 포키가 처음 장난감 세상을 만났을 때처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하는 감정을 나도 느꼈다.”
 
지금까지 장난감들은 버려져 쓰레기가 될까 봐 두려워했는데, 포키는 아예 쓰레기가 장난감이 된다는 역발상이 재밌다. 
“포키를 만든 소재가 포크 숟가락이라는 것이 아이디어의 핵심이었다. 그 자체로 숟가락일 수도, 포크일 수도 있다. 정체성에 대한 갈등은 이미 포키 안에 내재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플라스틱 눈알이나 팔을 붙인 것은, 재밌어서 그랬다.”
 
"키아누 리브스인 줄 모르고 캐스팅했죠" 
이번 영화에선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허세 가득한 스턴트맨 모형 듀크 카붐 역으로 웃음을 준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번 영화에선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허세 가득한 스턴트맨 모형 듀크 카붐 역으로 웃음을 준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배우 키아누 리브스, 배우이자 감독 조던 필(‘겟 아웃’ ‘어스’)을 장난감 목소리로 캐스팅한 것도 신선했다.  
“키아누 리브스인 줄 모르고 캐스팅했다. 픽사에서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를 캐스팅할 땐 연기자의 이름‧얼굴은 모른 채 진행한다. 듀크 카붐(허세 가득한 스턴트맨 장난감 캐릭터)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목소리를 몇 년 전 찾았는데 그게 키아누 리브스여서 우리도 놀랐다. 조던 필의 경우 목소리가 좋은 데다 친구인 키건 마이클 키와 TV쇼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허풍선이 솜인형 콤비) 더키와 버니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캐스팅이었다.”
 
맨 왼쪽부터 이번 4편에 새로 등장한 허풍쟁이 솜인형 더키와 버니. 사격 게임장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경품인 둘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진지하게 펼쳐내는 만담 콤비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맨 왼쪽부터 이번 4편에 새로 등장한 허풍쟁이 솜인형 더키와 버니. 사격 게임장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경품인 둘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진지하게 펼쳐내는 만담 콤비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리즈를 처음부터 함께한 우디 역 톰 행크스, 버즈 역의 팀 알렌에게 얻은 영감이 있다면.  
“같은 캐릭터를 25년 가까이 연기해온 배우가 있다는 건 엄청난 이점이었다. 전문가를 모셔놓은 셈이었다. 최선의 방법은 그분들께 직접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우디다운 느낌이 나나요?’ 하며, 시나리오가 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했다.”
 
시대 발맞췄다고? 보핍은 원래 강했죠 
2편 이후 20년 만에 컴백한 양치기 소녀 보 핍. 우디 이상의 맹활약을 펼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편 이후 20년 만에 컴백한 양치기 소녀 보 핍. 우디 이상의 맹활약을 펼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전편들보다 여성 장난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보 핍은 거의 여전사가 됐다.  
“보 핍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강한 캐릭터 중 하나란 걸 우리도 이번에 깨달았다. 1‧2편을 다시 보니 그는 처음부터 굉장히 강인했다. 우디는 혼란스럽고 뭘 해야 좋을지 모를 때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면 보 핍은 ‘네 부츠 바닥을 봐. 거기에 누구 이름이 쓰여 있는지. 무슨 일이 있어도 앤디는 널 사랑해’라고 얘기해줬다. 이미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준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번엔 그가 어떻게 바깥세상에서 자기 힘으로 생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우디가 깜짝 놀랄 수 있도록. 이 모든 아이디어는 5년 전에 구상했다. 시대가 지금처럼 변화하리라곤 예상 못 했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이끄는 대로 걸어왔을 뿐이다."
 
전편들의 화면 비율은 1.85:1이다. 이번에 처음 2.35:1 비율을 택했는데.  
“더 큰 세상의 규모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디의 눈이 열리고, 그의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과 함께. 영화 초반 우디가 화면의 귀퉁이에 갇히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그런 다음 우디가 바깥세상으로 나설 땐 시각적으로 확 열린다. 그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세상에 들어간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골동품 가게 곳곳에 깜짝 디테일
맨 오른쪽부터 우디가 골동품상점에서 만나는 소녀 인형 개비개비와 그 친구인 복화술사 인형.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맨 오른쪽부터 우디가 골동품상점에서 만나는 소녀 인형 개비개비와 그 친구인 복화술사 인형.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픽사가 장편마다 곁들인 단편 애니메이션이 이번엔 없다. 사상 처음이다. 대신 픽사의 역사를 여러 디테일에 오마주로 담았다. 극 중 골동품 상점은 이스터에그의 노다지. 쇼윈도 유리에 적힌 ‘1986’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창립연도. 상점 주소 1200번지는 실제 픽사 주소 ‘캘리포니아 애머빌파크 애비뉴 1200’에서 따왔다. 골동품 중엔 시리즈의 밑거름이 된 1988년 단편 ‘틴 토이’의 북 치는 양철 인형 ‘티니’도 깜짝 등장한다.  
 
전편부터 등장해온 낯익은 주인공들. 우디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 이번 4편에선 많이 등장하지 않아 아쉽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전편부터 등장해온 낯익은 주인공들. 우디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 이번 4편에선 많이 등장하지 않아 아쉽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가장 고민된 순간은.
“이야기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 볼만한 가치가 있으면서도 우디의 여정을 아름답게 끝내야 했다. 무엇이 우디에게 알맞은 변화일까, 무엇이 감동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줄까, 고민될 땐 직감을 따랐다. 나는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은 지금도 여전히 이 캐릭터들이 매 순간 변화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로 말이다.” 

"그림 한 컷으로도 감정이 전달되야"  
오랜 친구 우디를 찾아 나선 우주비행사 버즈는 고민의 순간마다 단순명쾌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오랜 친구 우디를 찾아 나선 우주비행사 버즈는 고민의 순간마다 단순명쾌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나는 픽사를 나의 영화학교라고 느끼는데, 예술학교를 거쳐 지금의 영화학교까지 다녀보니 계속 그리는 것이 중요하더라. 3D 애니메이터든, 스토리 아티스트든, 감독이 되고 싶든 간에, 내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스토리보드 한 장, 애니메이션 한 컷만 봐도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온전히 이해시킬 수 있도록. 이번 작품의 내 최종 목표였다.”

 
이 시리즈는 픽사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 1995년 1편은 픽사의 첫 장편이자 세계 최초 풀(full) 3D 장편 애니메이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장난감들의 우정과 모험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까지 사로잡아 그해 전 세계 흥행 1위에 올랐다. 

이번 4편은 부침도 많았다. 1‧2편 감독이자 픽사의 아버지 존 라세터가 스토리 개발과 더불어 연출을 맡으려 했으나 사내 성추행 혐의로 지난해 퇴사, 공동 연출 예정이던 조시 쿨리가 단독으로 작품을 짊어지게 됐다. 
장난감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쿨리 감독은 "'토이 스토리'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올해 출시될)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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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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